'스튜어드십 코드' 기업경영을 바꾼다│②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환경·사회·지배구조 고려하면 투자자들도 가치 인정"

2017-08-30 10:59:49 게재

지속가능경영, 수익극대화, 투자선순환 기대

기업 투명성·책임성 강화 … 주가 상승 견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국내 기업과 증시 저평가 요인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은 높아지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제고, 주주환원 정책 확대, 배당수익률 상승으로 증시의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해 경영을 하는 기업에게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고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발전과 수익극대화로 투자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가들은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디스카운트요인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경영 요소를 정량 평가해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착한기업 ETF 첫 상장 = 한국거래소는 31일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ESG우수기업 ETF(상장지수펀드)'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연내 ESG 관련 ETF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편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와 재무적요소를 접목시킨 국내 첫 ESG ETF 상품이다. 한화자산운용은 ESG평가 우수기업 중 상위등급을 선정한 후 기업가치, 수익률, 재무건전성, 저변동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종목으로 상품을 구성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이 상품은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 투자처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최근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향후 높은 성장가능성이 예상돼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시 상승의 방아쇠" =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해소 및 배당성향 증가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한국증시 디스카운트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적극적인 주주참여 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과 건설적 대화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비합리적인 배당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등 기업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했다. 영국의 경우 FTSE1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로 코드 도입 전 (16배) 대비 90% 증가됐고, 네덜란드와 남아공 역시 도입 이후 각각 60% 증가됐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과 소액주주권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지주회사의 현금흐름 개선 및 실효 지분율 상승을 견인하고 지배구조상 할인요인을 해소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영국(5%→ 4%), 일본(6%→5%), 대만(8%→6%) 증시의 COE(요구수익률)이 하락했다는 점을 보면 디스카운트 요인이 완화됐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증시 COE는 10%(10.5%)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을 발판으로 주주 중심의 경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디스카운트는 완화되고,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FTSE 250 배당성향은 2010년 48.5%에서 2016년 말 60.0%로 11.5%p 개선됐다. 배당 수익률은 2.4%에서 2.8%로 0.4%p 상승했다. 영국 증시 배당 ETF인 'IUKD LN Equity'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수익률은 37.1%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주주친화정책 중심의 고배당주와 ESG지수가 각광을 받으며 2010년~13년 영국 고배당주지수는 29% 상승했다.

한국과 같이 2016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대만은 지배구조가 양호한 기업 주가의 PER(주가수익률)이 재평가를 받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만 기업 거버넌스 100지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했고, 디스카운트 되어 있던 대만 지주회사들의 PER은 최근 들어 빠르게 재평가 되고 있다. 대만 3대 지주회사의 가권지수 상대 PER은 2016년 74% 수준에서 2017년 96% 수준까지 높아졌다.

◆외면받는 오너갑질, 유해기업 = 반면 실적이 좋던 기업도 비재무적인 리스크가 한번 터지면 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심한 경우엔 재정 위기, 상장폐지 등의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오너 갑질' '인체 유해한 제품생산'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을 가진 기업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

최근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는 소비자 집단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우려로 주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18일 5020원이던 주가는 29일 4315원을 기록하며 14% 떨어졌다. 상품 전체 환불 조치에 이어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 판매·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하반기 실적감소도 우려된다.

미스터피자 등을 운영하는 MP그룹의 경우엔 지난해 4월 정우현 당시 회장이 경비원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은 후부터 하락세가 지속됐다. 올해 정 전 회장이 '치즈통행세' '보복 영업' 혐의 등에 따라 구속되면서 주가는 더 추락해 2015년에 5400원이 넘던 주가는 지난달 26일 1315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MP그룹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위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디젤게이트'로 인해 2262억원의 영업적자와 49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3851억원으로 전년도 2조8185억원의 반토막이 났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오너리스크나 유해 제품 제품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실적이 저하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들은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주주나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공공부문의 핵심 가치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든 입찰 방식에서 사회적 책임 평가 반영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거나 정규직 채용 실적이 저조한 기업은 공공 사업 입찰에서 뒤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고용 비율이나 일·가정 양립 지원 실적,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지역공동체 활성화 공헌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정부는 오는 11월 관련 법 시행령과 계약 예규를 개정해 즉각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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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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