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기업경영을 바꾼다│③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입자가 감시하는 전문위원회 구성은 필수

2017-08-31 10:27:45 게재

"주주권 범위 제한 없이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 올 연말 기금운용위원회서 도입 논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입자 국민의 감시활동이 가능한 주주권행사위원회 구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주주권행사는 경영권침해와 무관하니 제한없이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정용건 사회연대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는 31일 "기업에 대한 투자 시 기업의 재무적 지표뿐만 아니라 환경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보편적인 투자기준을 가진다는 면에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시급히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정착시켜야 한다"며 "이 제도를 재벌 손보기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왜곡"이라고 밝혔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시스템에 대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연금기금의 수익 상승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주주권 행사 범위를 제한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데 고려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일부 비판자들은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정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떻게 독립성을 확보할 것인가? △국민연금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게 되면 결국 경영권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로자·기업 위원 활동으로 상호견제 가능 = 지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청와대와 정부가 합동으로 외압을 행사한 경우처럼 주주권행사가 외압에 의해 진행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

이에 대해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원천적으로 법령으로 주주권행사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만들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처럼 가입자 대표성을 보장한 가운데 구성위원들의 상호견제를 통해서 충분히 외압 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정부 추천 1인, 국민연금공단 추천 1인, 사용자단체 2인(한국경총, 전경련), 근로자 단체 2인(한국노총, 민주노총), 지역가입자 단체 2인(공인회계사회, 소비자단체협의회)와 연구기관으로서 보건사회연구원 1인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도 이와 유사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김 소장은 "기금운용위원회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구성의 장점은 가입자 대표성이 확보된 점"이라며 "주주권 행사할 기구에서 이와 유사한 구성을 이루고 근로자단체, 사용자 단체가 견제하고 논의하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절한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삼성합병 건은 주요 사안임에도 기금운용본부장이 전문위원회에 맡기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지 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졌다면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수용 고려해 단계적 추진도 검토해야 = 그러면 주주권 행사를 어느 범위까지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할까. 제한을 둬야 할까.

상법과 개정상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주주권행사에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대표소송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친 경우 직접 이사에 대해 그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진실하고 정확한 장부기재인지를 알기 위해 원시 기록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을 동시 청구할 수 있는 회계장부열람권 △상장사는 1.5% 이상 주주의 청구에 의해 주주총회 소집 가능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하기 위한 검사인 선임청구권 △일정 사안을 주총에서 심의될 회의의 목적사항으로 제안 가능한 주주제안권 등이 있다.

이런 주주권은 한국주식시장에서는 거의 행사되지 않았다. 그 주주권 행사를 경영권 침해로 바로 연결시키는 분위기 또한 재벌기업에서는 강하다.

하지만 김 소장은 "주주권행사는 원천적으로 경영권 침해 소지가 없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주총에서 재무제표승인에 대한 건, 배당에 대한 건 등은 고유한 주주의 이해와 관련된 사안이다. 이를 부정하면 자본주의 안하겠다는 것. 이사 선임도 주주권한에 포함된다. 경영진이 이런 사항들을 반대하면 오히려 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상법에 나와 있는 모든 주주권을 행사해도 경영권 침해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소장은 "남용을 해서는 안된다"며 "주주권을 이용해서 다른 것을 얻어 내려는 협박식 활동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실행위원은 "일반적인 소수주주권 행사 정도는 경영 감시활동 차원에서 사회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다만 제도 정착 초기에는 경영감시자 수준을 넘어 지배구조 등 기업존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 연금재정과 담당자에 따르면 복지부는 연말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도입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보고를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스튜어드십 도입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국민연금 주주권행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국민연금법개정안 발의 건수가 8월 25일 기준으로 51건이나 된다. 대표적으로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개정안으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법적기구로 전환하고 주주권행사전문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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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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