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하려면 제대로 하자 ①
폐기물 공공소각장 이중규제 우려
EU도 소각부담금과 배출권 동시적용 안해 … 환경부 "외국 안한다고 규제풀면 안돼"
문재인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온실가스 감축 강화를 위해 주무부처를 기획재정부에서 다시 환경부로 옮기는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에는 허와 실이 있다.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이번 기회에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꼼꼼히 짚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지방자치단체 등 폐기물 공공소각장에 대한 이중 규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이들 업종은 배출권거래제 대상 사업장으로 소각시 발생하는 메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물질재활용을 우선시 하고 소각 및 매립을 줄이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소각·매립 부담금제가 시행된다는 점이다.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지자체와 폐기물 다량배출 사업장이 폐기물 매립 및 소각시 부담금(폐기물 매립 시 10~30원/kg, 소각 시 10원/kg 부담금 부과)을 내야 하면서 종전 제도와 중복된 규제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소각장에 적용되는 배출권거래제나 소각·매립 부담금제 모두 큰 틀에서 보면 소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둘다 시행하게 되면 이중 규제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배출권거래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유럽연합(EU)에서도 소각·매립 부담금을 내는 경우 배출권거래제 대상 업종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제 이점보다 행정비용 더 많이 들 수도" = 환경부의 '폐기물 부문 배출권 할당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7개국 배출권거래제에서 폐기물 부문을 대상 업종에 넣은 경우는 뉴질랜드(폐기물매립시설만 적용, 소각장은 아님)와 우리나라 2곳뿐이다. 보고서는 "현재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에서 폐기물 부문이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는 경우는 발전이나 산업 부문과 비교해서 흔히 발견되는 사례는 아니다"라며 "어떤 부문에 한해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는 게 타당한지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한 연구 자료에서는 다수의 소량 배출사업자가 속한 부문을 배출권거래제에 포함시키는 일을 소수의 대규모 배출사업자를 포함시키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배출권거래제 자체가 갖는 이점보다 행정적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수송(항공제외), 폐기물 부문을 배출권거래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신 EU단위 폐기물 정책인 매립지 지침과 폐기물 소각지침을 각 국가에 적용하여 폐기물 배출자로 하여금 소각 및 매립량을 줄여 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덜 뿜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알고 있다. 환경부 측은 "일본의 경우 전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각·매립 부담금제와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제도 모두 결국 소각량 자체 줄이는 것" =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소각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직접적으로 저감하는 기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이산화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CCS)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결국 소각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른 소각장으로 돌리는 방법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폐기물 분야의 배출권거래제와 폐기물 관련 규제인 소각·매립 부담금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흔진 환경부 신기후체제팀 과장은 "외국에서 한 선례가 없다고 우리나라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제도가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배출권거래제 = 업체별로 배출 허용량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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