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산농가, 벼랑 끝에 몰렸다

2017-12-21 10:49:20 게재

무허가축사 폐쇄 임박

법시행 연기 공방 치열

국내 축산농가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내년 3월 24일까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건축법, 하천법 등 26가지 법률에 맞게 축사시설을 개선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법을 시행하는 환경부는 무허가축사를 법에 맞게 고치지 않으면 해당 축사를 폐쇄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상 농가 1만8000호 중 적법화 작업을 마친 곳은 24.5%(11월 말 기준)인 4555호에 불과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축산농가들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무허가축사의 적법화' 시점을 3년간 늦춰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체 적법화 대상 농가 6만190호 중 적법화가 완료된 농가는 12.1%인 7283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3단계로 진행되는 적법화 완료 시점 중 내년 3월 24일로 끝나는 1단계 대상 농가를 기준으로 하고, 농가들은 2024년까지 완료해야 하는 전체 농가를 기준으로 해 통계는 다르다.

정문영 축산발전협의회장은 "정부 안에서는 내년 3월까지 많은 농가들이 적법화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할 수 있는 일들은 이미 대부분 진행됐고, 지금 안되고 있는 것은 앞으로도 잘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축분뇨배출시설을 법에 맞게 갖추라는 게 원래 취지였는데, 지금은 건축법 하천법 소방법 등 26개 관련 법도 동시에 충족하라니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안에서도 내년 3월까지 적법화 작업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축산농가의 무허가축사를 적법화 작업을 도와주라는 협조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은 주로 농식품부에 머물러 있고, 환경부는 법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2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무허가축사는 환경오염 등 문제가 있다"며 "(2014년 3월 가축분뇨법을 개정할 때) 유예기간을 둬서 2018년, 2019년, 2024년으로 단계적으로 법을 시행하는데 이를 늦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건축법 등 다른 법도 축사 허가를 받을 때 준수해야 할 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일 집회에서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적 한계와 지속적인 가축전염병 발생, 제도 미비 탓에 늦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관련 법령이 시행되면 국내 축산농가의 생존기반이 무너지고 축산업 생산기반도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법 시행 시점을 연기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는 법 시행을 늦추자는 의원입법안이 4건 제출된 상태다. 법안 대표발의자는 김현권(더불어민주당, 3년 연기), 이완영(자유한국당, 2년), 홍문표(자유한국당, 6년), 황주홍(국민의당, 3년) 의원 등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