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자연자본
자연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자본'
연이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미세먼지의 기승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디 미세먼지 뿐인가. 지구 온난화는 이미 곳곳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수억 명의 삶을 위협하는 해수면 상승, 설산과 빙하도 녹고 지하대수층이 고갈되면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연자본'은 미세먼지, 기후변화, 식수, 재생에너지 등 전 지구적 문제부터 일상생활 문제까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그 해결방안을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수십 년간 환경경제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해온 영국 출신의 경제학자 제프리 힐은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이루는 모든 것은 대부분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임을 다양한 사례와 명쾌한 논리로 입증해 냈다. '자연자본'을 다른 경제적 자산과 동일선상에서 인식한다면 자연은 당연히 신중하게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고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은 충돌하지 않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가 된다.
저자는 죽음의 바다, 수산물 남획과 산호초 파괴, 습지 개간, 항생제 내성,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 여섯 가지 사례를 조목조목 다루면서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외부효과를 점검해나간다. 흔히들 바다를 오염시키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기름유출이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농업용 비료가 가장 큰 문제라는 사실에서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환경문제가 철저하게 경제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시장 실패에 따른 외부효과로 경제 시스템의 결함을 바로잡음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단순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해결방안들을 제시한다.
자연은 우리 삶과 경제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자연이 파괴되면 이러한 경제적 가치들이 없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자연은 외부에 존재하는 단순 '환경'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이다.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모든 경제활동에 자연자본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