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올림픽 안돼, 차량2부제 환경부와 조율"
쟁점 선점한 박원순 '평창대책' 촉구나서
시민사회, 정치권에 '근본대책 마련' 압박
'출퇴근길 무료 대중교통' 정책으로 미세먼지 쟁점을 선점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환경부와 손잡고 차량 2부제를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특히 목전에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거론, 국민정서를 공략하고 있다. 시민사회도 서울시 정책에 비판일색인 정치권에 근본대책을 촉구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휴일인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로 '차량 2부제 의무화'를 들었다. 그는 "서울시의 독자적인 노력, 자율 2부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농도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때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정책 공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김은경 환경부장관도 긍정적"이라며 "(기자회견 전) 발표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앞서 17일 국회 미세먼지대책특위에서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민간차량 2부제를 검토하겠다"며 "차량 2부제가 강제 시행되면 (서울시) 대중교통 인센티브 제도는 폐지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25%를 차지하는 교통부문에서 지속적인 감축노력을 해야 하는데 공공은 물론 민간까지 차량 2부제에 동참해야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국대기환경학회에 따르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수도권에서 2부제를 실시해 교통량은 19.2%, 미세먼지는 21%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도 2015년 베이징올림픽때 2부제와 함께 배출사업장·공사장 조업중단 조치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17~25% 줄였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앞에 닥쳐온 평창올림픽을 미세먼지올림픽으로 만들 수 없다며 중앙정부의 즉각 결단을 촉구했다. 오존은 중대경보가 발령되면 자동차 통행금지와 사업장 조업시간 단축명령 등 강제력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현행 대기환경보존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경보가 울려도 '권고'만 가능하다. 박 시장은 "(평창올림픽때) 이번같은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큰일"이라며 "대회기간 중 고농도미세먼지 발생시 서울시내 차량 의무 2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부분 관광객 선수단 대표단이 서울에 머물 가능성이 많아 서울은 공동개최지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시장이 2년 전 메르스때 한밤 기자회견을 열어 사안의 중차대함을 호소했듯 이례적인 휴일 기자회견이 국민 공감대를 높이고 정치권 공세를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지 관심이나. 전날만 해도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우상호 국회의원까지 여야 할 것 없이 대중교통 무료운행에 또다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는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국내 미세먼지에 중국영향이 크다는 안철수 대표 발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진정으로 미세먼지 해결을 원한다면 이제는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환경보전시민센터는 앞서 18일 "효과가 미미한 공공기관만의 차량 2부제 말고 국민 대다수가 참여할 의지가 있는 전면적인 차량 2부제 실시해 미세먼지 오염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센터가 지난해 말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2%가 2부제 동참의사를 밝혔다. 최근 5년간 8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찬성의견은 평균 77.3%로 반대(17.8%)보다 4.3배 높다.
박원순 시장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소모적인 실효성 논란에도 미세먼지 대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종국에는 차량 2부제로 가기 위한 마중물임을 시민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