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정쟁대상 아닌 민생문제"

2018-01-24 10:33:45 게재

박원순, 시민과 대화로 공론화 시도

정부에 총리실 산하 전담기구 등 요청

"정부·수도권 지자체 협조에 앞장 설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날로 확산되는 미세먼지 논란을 연착륙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민과 만남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에는 2부제 시행권 지자체 이양을 위한 법개정과 정부 차원의 특별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학부모들과 미세먼지 대책 토론│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관련 타운홀 미팅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특히 시민과 직접 대화는 미세먼지 이슈를 민생 문제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서울시장 선거전과 맞물리면서 정쟁 수단이 된 미세먼지 이슈를 민생 문제로 전환, 논란을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23일 서울시 NPO센터에서 영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 50여명을 초청해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실제 미세먼지로 고통받은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은 이날 다양한 정책 제안을 내놨다.

공공형 실내놀이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지현씨는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못하니 공기청정기가 있는 곳이면 백화점·박물관, 심지어 공항까지 찾아가는 실정"이라며 "상업용 실내놀이터는 너무 비싸 맘놓고 놀수 있는 실내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 온 고지현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일상이 멈춰버렸다"고 말했고 많은 엄마들이 공감했다. 고씨는 "애들 외출은 물론이고 엄마들 모임도 연기돼 집에만 있다보니 답답한 건 물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잃었다"며 "'이러다가 이민가야 되나' 하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해선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영유아 학부모 형편을 고려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금보다 더 강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타기가 어렵다" "오전 9시 이후에도 무료를 적용해달라" 등 의견이 제시됐다. 한 학부모는 "미세먼지가 심하면 어린이집(유치원)까지 자가용을 이용하게 된다"며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도 지적했다.

중랑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서울시 정책으로 미세먼지 공론화가 시작됐는데 정작 언론과 정치권은 100억원 짜리 포퓰리즘이라는 말만 한다"며 "엄마들의 일상이 정지될 만큼 고통받고 있다. 서명운동이라도 해서 우리 의견을 전달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여러분 말씀을 들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작은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며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같은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정부 차원 대책 마련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강제 차량 2부제나 친환경등급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 등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총리실이 미세먼지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요청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경기도·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 간 협조가 절실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갈등을 빚어온 수도권 지자체 간 협력에도 앞장설 뜻을 비쳤다.

정부로부터 긍정적 답변도 얻었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서울시 건의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며 차량 의무 2부제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미세먼지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또 박 시장이 요구한 2부제 시행권을 지자체에 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 특성에 따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미세먼지 대응, 대기질 개선책을 연구할 싱크탱크도 꾸린다. 이달 안에 서울연구원, 서울보건환경연구원과 기후환경본부,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전문가 포럼을 꾸리기로 했다. 포럼은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결과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 4월 말까지 종합평가 결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포럼에서 수렴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일부 수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이 세워지는 것"이라며 "정부나 서울시 모두 봄이 오기 전에 미세먼지 논란의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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