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협동조합 혁신' 의지 있나

2018-03-02 10:07:30 게재

법 개정안, 3년전 '종합계획'보다 후퇴

중기중앙회, 건전성제고에 미적미적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지난달 통과됐다. 협동조합 기능활성화와 건전성 제고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내용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의 '협동조합 혁신 의지'가 의심받고 있다. 2016년 수립한 중소기업협동조합 '3개년 추진계획' 보다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중 기능활성화는 정부의 '3개년 계획'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건전성제고는 중기협동조합의 자정 노력 일환으로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부 논의를 거쳐 도출했다.

기능활성화 경우 정부의 협동조합 종합실태조사, 체계적인 통계자료 축적, 전자보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50년이 넘는 중기협동조합에 대해 정기적인 조사와 축적된 통계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건전성제고를 위한 내용으로는 이사장 연임(2회) 규제, 중기중앙회장 입후보 자격 변경 등이 있다. 이사장 연임을 2회까지(보궐의 경우 3회까지)로 제한한 이유는 조합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기중앙회장에는 정회원 대표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협동조합 대표가 아니면 중기중앙회장에 출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6년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추진계획'(2016~2918년)을 발표했다. 50여년이 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역사상 처음으로 수립된 종합대책이다. 올해는 추진계획을 마무리할 때다.

개정안을 추진계획과 비교하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다. 공동연구개발 활성화, 협동조합 전용 대출보증 신설,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협동조합 자회사 설립 등 자립기반 확대에 필요한 조치는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특히 공정거래법이 협동조합 공동사업을 '부당한 공동행위'나 '짬짜미(담합)'로 간주하면서 협동조합 장점인 공동행위가 막혀있다.

중기협동조합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미흡하다. 법 개정안과 중소기업중앙회 정관 개정에서 '혁신' 추진에 필요한 핵심 내용이 빠졌다.

'3개년 계획'에는 중기협동조합의 건전성 제고와 운영개선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사외이사제' 도입이 포함돼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취임 직후에 열린 '2015 리더스포럼'에서 "비리 이사장에 대한 자격제한도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의 자정 노력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회원사 눈치보며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총회에서는 중기중앙회장 입후보자 자격 변경(정회원 대표자만 후보 출마) 등 일부 안건 처리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자립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협동조합은 자립기반을 중시해야 하지만 중기중앙회 국고보조금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일반회계(279억여원)에서 회원회비 비중은 지난해 4.5%에서 올해 4.1%로 떨어졌다. 반면 국고보조금은 41.8%(109여억원)에서 44.0%(122억여원)으로 늘었다.

중기협동조합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취약한 자본구조와 인력, 낮은 조직화율, 활성화 기반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교수는 "중기중앙회는 협력과 자립정신보다는 정부에 의존하고, 기업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면서 "중기중앙회는 스스로 중소기업협동조합 혁신에 나서고,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