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쟁점 분석 ⑩ 찬밥신세 기후대응기금

뻥튀기 수입 예상, 매년 감액·불용·이월

2024-11-28 13:00:08 게재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 수입액 올해보다 20% 늘려 잡아

국회 예산정책처 “매년 재원 부족, 공자금에서 받아 활용”

지난해 44개 사업예산 삭감, 3개 사업 미집행 이월·불용

예산편성은 기재부, 사업실행은 각 부처 … “성과관리 안돼”

기후대응기금에 들어올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사업 규모가 줄거나 심지어 실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뻥튀기’ 전망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주요 사업을 실행하지 못하고 불용처리하는 정부의 예산편성 행태와 비슷한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부족분을 공적자금관리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모습도 흡사하다.

게다가 예산 편성은 기획재정부에서 주도하지만 사업계획과 시행은 각 부처에서 주관하는 ‘이중 관리’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구체적인 사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전반적인 관리가 허술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기본법에 의해 2022년에 설치돼 탄소중립 생태계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 두드리는 박정 소위원장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8차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8일 국회 예산정책처 김태은 예산분석관은 기후대응기금 분석을 통해 “올해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매각으로 3487억원의 기금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가 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최근 배출권 경매 낙찰 수량과 가격, 내년 경제전망 등을 고려하면 과다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계획대비 21% 그쳐 =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계획과 실적을 보면 2021년의 경우 4903억원을 예상했지만 60.1%인 2944억원, 2022년엔 7305억원을 계획했다가 43.4%인 3167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계획은 3893억원이었지만 실적치는 21.6%인 84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는 2795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9월말 현재까지 거둬들인 것은 19.8%인 552억원이었다.

정부는 내년 기후대응기금 수입예산을 2조6223억원으로 잡았다. 올해보다 9.6%(2305억원)가 늘어난 규모다.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 수입은 3487억원으로 올해 예산(2896억원)보다 20.4%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예상 공급량(3290만톤), 예상 평균낙찰률(61%), 예상 낙찰단가(톤당 1만6958원)를 가정해 3403억원을 산출해냈다. 하지만 2020~2023년까지 낙찰수량은 연간 789만~1364만톤에 그쳤다. 톤당 낙찰가격 역시 2023년 이후 최고 낙찰가격이 톤당 1만3200원이고 올해는 1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점점 낮아져 1.8%(골드만삭스)까지 내려앉는 등 올해보다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배출권 수요 역시 크게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분석관은 “기후 대응기금은 여유재원이 없고 매년 재원이 부족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예수해 운영하고 있는데 계획 대비 수입이 부족할 경우 예수금을 확대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편성은 기재부, 실행은 각 부처 = 실제 2022년과 2023년에는 예수금 확대,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사업비 감소, 재원 없는 이월 및 불용 등으로 부족한 수입에 대응했다. 2022년에는 28개 사업, 2023년엔 44개 사업 예산을 스스로 감액했다. 360억원 규모의 탄소중립전환선도프로젝트 융자지원사업은 이월과 불용을 거듭했고 산업은행 출자(300억원)와 온실가스 관리 인프라 구축(174억원) 사업도 이월과 불용으로 수입 부족분을 메웠다. 2022년에 재원 없이 이월한 사업이 5개에 달했고 해당 예산규모는 421억원이었다. 2023년에는 같은 이유로 3개 사업, 440억원이 집행되지 못했다.

김 분석관은 기후대응기금 수입의 40%정도를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7%)의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한 만큼 대체 자금조달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1994년 신설된 이후 30년째 이어 온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앞으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 인구 감소 등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하지만 사업 추진과 성과관리는 각 부처에서 실행하는 이중관리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 분석관은 “기후대응기금 사업의 성과관리를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해 전체 임무와 비전이 부재하고 전략목표와 프로그램 목표, 성과 지표 등이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등 체계적인 성과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같은 사업이지만 산업부 환경부 기재부 국토부가 나눠 실행하면서 목표나 성과지표마저 제각각인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을 예로 들었다. “성과달성 현황이 각 부처별로 분산돼 종합적인 성과측정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2024회계연도부터는 부처의 성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1프로그램 1지표’를 원칙으로 성과지표를 설정하는데 기후대응기금은 이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기금지출 계획안을 마련하는 부처(기획재정부)와 시행하는 부처가 다른 경우에는 성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같은 ‘이중관리’는 국회 예산안 심사도 어렵게 만든다. 김 분석관은 “예산 소관 부처와 성과관리 부처가 달라서 성과정부에 기반한 국회의 예산안 심사에 활용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공공열분해시설 설치 사업의 경우 예산은 기획재정부 소관이지만 성과정보는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성과계획서에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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