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휴전 훈풍 가자까지 미칠까
하마스 “준비됐다”
이스라엘은 “압박 강화”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60일간 휴전키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휴전의 훈풍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전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재에 나섰던 주변 관련국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휴전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시행 첫날인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두 정상은 카이로에서 만나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과 제한이나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이들은 3차 중동전쟁 하루 전인 1967년 6월 4일 국경선을 기준으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수립하는 ‘두 국가 해법’이 역내 안정 회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환영했다고 양측 대통령실이 전했다.
뿐만 아니라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과도 만나 가자지구 휴전 등을 위한 공동의 노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집트와 카타르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등과 함께 휴전을 중재해 왔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일시 휴전을 성사시킨 미국도 가자휴전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휴전안을 승인한 직후 “가자지구 주민들은 지옥을 지나왔고,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이제 하마스의 유일한 탈출구는 인질을 석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일간 미국은 튀르키예,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 등과 함께 가자에서 휴전을 이루고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질들이 풀려나도록 다시 한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레바논 휴전 논의를 가리켜 “가자지구의 갈등을 종식하는 데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휴전논의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이날 AFP 통신에 “하마스가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을 위한 진지한 거래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의 중재자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 당국자인 사미 아부 주리 역시 로이터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합의가 가자지구에서도 집단학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합의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국제사회의 휴전촉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슬라엘 전시내각은 하마스와의 휴전 의지를 거의 보이질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밤 영상 연설에서 레바논 휴전을 받아들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첫 번째는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는 우리 군에 휴식을 주고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또 “세 번째로는 전선을 분리해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질 석방이라는 성스러운 임무 달성을 위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와의 휴전에 합의한 것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이란 위협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다. 이는 현재 네타냐후 총리 주변의 정치적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국제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도 헤즈볼라를 뿌리뽑지 못한 채 휴전하는 데 따른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와의 60일간의 일시휴전 막바지인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다. 따라서 트럼프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정책을 조율할지 여부가 가자전쟁 판도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