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탐방│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논에 사료를 심으라는데, 아는 게 없다"
농민들은 시장성있는 콩 선호 … '깜깜이 농정' 극복해야 쌀생산조정 가능
정부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ha당 최대 4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데 농업인들은 왜 생산조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을까. 내일신문이 지난달 27일 만난 전북 익산의 들녘경영체는 정부가 권장하는 작목으로 바꿔 심으려 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 해 심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친환경농법으로 벼 농사를 하는 익산지역 농업인 249명(재배면적 370ha)이 2013년 결성한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은 올해 30ha의 논에 벼 대신 콩 율무 수수 등 다른 작목을 심을 계획이다. 이 중 콩이 20ha로 가장 많다. 지난해에도 17ha의 논에 벼 대신 콩 등을 심었다. 쌀 공급과잉 시대에 '돈이 되는 작목을 찾는' 수익성 다변화 정책이다. 정부의 쌀생산조정정책과 큰 방향은 같다.자회사인 오가닉팜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콩 등 잡곡을 선별·가공할 수 있는 기계도 갖췄다.
하지만 벼 대신 선택한 작목은 정부가 권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농업인들은 벼처럼 기계화 작업이 잘 돼 있고, 시장성도 좋은 콩 재배를 선호한다. 그러나 정부는 콩으로 쏠림현상이 생겼을 때 콩 공급과잉 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사료작물을 대체작목으로 권장하고 있다. 논에 콩을 심으면 ha당 280만원의 보조금을 주지만 사료용 벼나 옥수수, 수단그라스 등 조사료를 심으면 400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사료용 작물을 심겠다고 신청한 농업인(면적 기준)은 목표대비 1.4%(2월 19일 기준)에 불과하다.
김상범(51)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이사는 "사료용 작물을 심고 싶어도 우리 토양에 맞지 않거나 정보를 몰라 심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벼 대신 심을 수 있는 사료작물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 동계용 작물이 아니라 수단그라스 등 하계용 작물인데, 수단그라스나 옥수수는 토양에 맞지 않아 심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료용 벼도 마찬가지다. 조합원 박상철(41)씨는 "사료용 벼 수확기는 8월 말이나 9월 초인데 이때 가을태풍 등으로 비가 오면 논 바닥이 질어서 기계로 수확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있어 선뜻 사료용 벼를 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용(40)씨도 "사료용 벼를 소가 먹으면 효과가 어떤지 모른다"며 "겨울에 심는 동계사료작물은 효능이 대체로 알려져 있지만 사료용 벼의 효능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씨와 김씨는 모두 2세 경영인으로 영농경력이 18~20년에 이른다. 벼 농사와 함께 한우도 같이 키운다. 이들은 "농업인은 '돈이 되면' 하는데, 사료용 벼는 돈이 될지 확신할 수 없고 수확기 기후 등 불확실한 변수는 많아 벼 대신 심을 작목으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쌀생산조정이 제대로 되려면 정부가 현장수요를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벼 대신 사료작목을 심으라고 권장하려면 사료작물 수요자인 축산농가들도 쌀생산조정제를 논의할 때 같이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쌀생산조정 추진단' 회의도 쌀재배농업인단체 중심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