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성폭력 예방교육 39.7% 그쳐

2018-03-22 10:56:01 게재

교육 내용 '불만족' 29.4%

예술인들의 60.3%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예술인 중에서도 예술 활동과 관련된 곳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경우는 25.8%에 불과했다. 이같은 내용은 2017년 문학·미술·사진 분야 예술인 1254명이 온라인 조사를 통해 답변한 문화체육관광부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 시범조사'(조사)에서 드러났다.

예술활동하는 곳서 교육은 10% =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예술인과 받지 않은 예술인을 모두 포함한 경우 예술 활동과 관련된 곳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경우는 10.3%에 불과했다. 예술인 10명 중 1명만이 자신이 예술 활동을 펼치는 곳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는 의미다.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이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예술인 중 해당 교육의 내용이 예술계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8.8%에 불과했다.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수치다. 만족도는 '보통'이 42.7%, '불만족·매우 불만족' 등 부정적 답변이 29.4%, '만족·매우 만족' 등 긍정적 답변이 27.9%로 나타났다.

현실적 내용으로 보완돼야 =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성폭력 예방교육에는 보다 '현실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사에서 성폭력 예방교육 내용이 예술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한 예술인들은 반영돼야 할 내용으로 '현실적인 내용 반영'(3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신고를 하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에서 성폭력 피해자 중 40.9%는 '성폭력인지 몰라서' 피해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식의 차이'가 성폭력 예방교육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폭력 예방교육 내용이 예술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한 예술인 중 25.8%는 '인식의 차이'를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의 성 인식은 일반국민의 성 인식보다 가부장적 통념에서 탈피돼 있으며 예술과 성적인 것들을 결부시키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예술 현장에서는 이런 인식에 배치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외 프리랜서로 일하는 예술인들의 경우 성폭력을 당해도 공론화하기가 힘듦 등 '예술계 특수성 반영'(25.3%), '구체적 사례제시'(24.5%) 등도 반영돼야 할 내용으로 꼽혔다.

이와 같은 내용을 근거로 조사는 '제언'에서 "현실에 맞는 교육내용을 포함해 성폭력 예방교육의 저변확대 및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음" "성폭력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들이 도움과 신고 등을 할 수 있는 교육도 같이 이뤄져야 할 것임" "예술 분야의 성에 대한 인식과 현상이 상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교육 또는 홍보가 필요함" 등을 제시했다.

현장 극단서도 교육나서 = 한편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발표된 정부 대책에는 문화예술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이 포함됐다. 지난 8일 문체부를 포함,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의 정부지원·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성폭력 예방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국공립 극단·극장과 현장에서도 성폭력 예방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극단은 극단 임직원들에 대한 성교육을 강화하고 협업 배우·스태프 대상 성폭력 정기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산예술센터는 협력 극단과 함께 진행하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극단 송곳은 연극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들에 관해 법률적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며 극단 99도는 주 1회 성평등·젠더 현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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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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