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대란, 민간업체 지나치게 의존한 게 '화근'

2018-04-02 10:56:04 게재

"시장 사전 감지시스템 필요"

SRF규제강화, 부작용 우려도

예견된 혼란이었다.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수거업체들이 폐비닐·스티로폼·플라스틱 등을 분리수거하지 않겠다고 하자 당장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민간 의존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2일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시장 흐름은 계속 변하는데 지자체가 민간에서 잘 되고 있다며 방치해 온 측면이 크다"며 "관내 몇개 아파트에서, 어느 수거업체로 어떻게 가는지, 가격 형성 과정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니까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현행법상 쓰레기처리업무와 지도·점검은 모두 지자체 업무인데 뒤늦게 환경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시장에 바로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수거업체들이 특정 품목을 빼고 아파트와 계약해도 환경부에서 대응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결국 지자체가 시장 상황을 탄력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해 7월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하기 전부터 폐비닐 시장은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이었다. 통상 민간수거업체들이 아파트와 계약할 때 가격이 좋은 품목과 아닌 품목을 함께 계약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나마 버틴 것이다.

A수거업체 관계자는 "혼합플라스틱(아파트의 경우 폐비닐을 혼합재활용품으로 분류)은 수거운반비가 kg당 약 80원 이상은 돼야 이윤이 남는데 지난해 초 40원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초는 아예 무상이 돼 무조건 적자인데, 함께 수거하던 폐지 가격까지 지난해에 비해 1/3 정도로 하락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장 산을 넘는다 해도 SRF(폐지와 비닐, 플라스틱 등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기물 중 자원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가연성 폐기물로 만든 연료) 규제 강화가 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폐비닐은 플라스틱통이나 SRF로 재활용하는 데, 이 판로가 막혀버리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수도권 48개 업체가 수거 거부를 시도했지만 2일 모두 입장을 철회했다"며 "행정지도 등을 통해 즉시 수거가 정상화되도록 조치하고 SRF규제 강화로 인한 시장의 우려는 5월 발표할 플라스틱 관련 대책에 함께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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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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