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국민관심 없으면 해양환경 못 지킨다"
해양영토는 육지보다 4.5배 넓어 … 바닷모래관리방안 협의 중
우리나라는 해양영토가 육지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양국가다. 하지만 해양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나 예산지원 등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해양환경관리공단에서 해양환경공단으로 명칭을 바꾸고 해양환경보전과 회복을 위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해양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좀 더 높이려는 박 이사장을 지난 17일 만났다.
■ 해양환경을 훼손하는 오염물질은 육지에서 오는 게 많다. 육지에서부터 막아야 하지 않나
해양쓰레기는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생활쓰레기,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 항만 및 선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어업활동 중에 유실되는 어구 등 육상 및 해상에서 다양하게 발생된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된 것이다. 지난해 수거한 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해안쓰레기가 4만8000톤, 수중에 가라앉은 침적쓰레기 3만톤, 떠다니는 부유쓰레기 4500톤 등 총 8만2000톤에 이른다.
공단은 부유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전국 14개 항만에 청항선 20척을 운영하고 있지만 패러다임 전환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최근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방안이 수거중심에서 사전예방을 통한 발생저감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갖도록 공단도 해양수산부와 함께 다양한 해양쓰레기 캠페인을 연중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남해안 바닷모래채취단지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골재채취기간 연장문제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어떻게 되나.
지난해 어업인들의 요구에 의해 우리 공단이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고 있던 남해안배타적경제수역(EEZ) 골재채취단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남해EEZ골재채취단지 사용기간연장(5차) 협의를 위해 해역이용영향평가서 초안을 만들었고, 지난 10일 경남 통영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는데 본 보고서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채취금지구역이나 기간설정', '실시간 채취선박 모니터링' 및 허가조건 위반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친환경적인 골재단지 관리방안 등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관련부처와 적극 협의 중이다.
■ 해역이용평가서 초안에 대해 어업인들이 불신하는 분위기인데
수자원공사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공단은 지난해 수공에서 조사한 중금속, 어류, 플랑크톤, 저서생물 출현량 등의 값과 올해 공단이 직접 현지에서 같은 항목에 대해 조사한 값들을 비교·제시했다. 해역이용영향평가서를 작성중인 용역기관도 지난해 우리 공단에서 시행한 '남해EEZ 골재채취 관련 어업피해 보완조사 용역'을 수행하면서 어업인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전문용역기관이다. 과거 수공이 시행한 용역보다 더 좋은 품질의 조사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공단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이유는.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와 경관이 우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해역이나 갯벌을 정부가 지정해서 관리한다. 이렇게 하면 해양자원의 지속가능성 확보, 어업생산성 향상, 지역의 청정수산물 브랜드 가치제고 등 다양한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연안과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데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무안갯벌을 시작으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13곳, 습지보호지역 14곳, 해양생물보호구역 1곳 등 28곳이 지정됐는데 면적은 586.3㎢에 달한다. 공단은 해양보호구역센터를 통해 해양보호구역 총괄 운영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 특별관리해역 수질을 2등급으로 하겠다고 한 이유는.
특별관리해역은 해양환경을 보전·관리하기 어려운 곳으로 울산·부산·시화/인천연안, 마산·광양만 등 5곳이 있다. 이 중 울산·부산연안과 마산만, 시화호는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를 통해 관리·운영하고 있다. 연안오염 총량관리제는 바다로 배출되는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등을 농도가 아닌 배출총량 기준으로 통제하는 방식이다. 주로 폐쇄적인 만(灣) 구조를 갖고 배후지역을 고밀도로 이용해 오염이 심한 해역을 대상으로 한다.
특별관리해역의 수질평가지수(WQI)는 3등급(보통) 이하지만 공단의 과학적인 수질개선 관리를 통해 일반해역 수준(2등급 이상)으로 복원해 가는 게 우리 계획이다. 2027년까지 수질을 2등급(좋음) 이상으로 100% 관리하는 것을 경영목표로 정했다. 정부와 적극적 협업이 필요하다.
■ 국회에서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해양공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해양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나.
제한된 해양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개별 부처나 지자체, 각 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칫 해양생태계 가치가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도 생기고 있다. 법은 우리 모두의 공유재인 해양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공단은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와 해양환경측정망 등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양환경 및 생태분야의 공간계획 평가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악천후에 출동할 수 있는 방제선이 없는데
지금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방제선들은 모두 500톤 미만 규모다. 폭풍주의보 등 기상악화로 파도가 1.5m 이상 높아지면 출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파고가 4m 이내일 때 즉시 출동할 수 있는 방제선 도입을 추진 중인데, 2007년 악천후 속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와 같은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에도 즉시 출동해 유출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 규모다. 길이 95m, 폭 17m인 5000톤급인데, 선박건조비가 758억원이다. 이 선박은 해양오염방제 뿐만 아니라 준설 및 대형 해양부유쓰레기 수거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특수선이다.
■ 최근 제정 러시아시대 침몰선이 화제가 됐는데, 한반도 주변해역에 침몰 후 방치된 선박은 어떻게 관리하나.
우리 바다에는 2200척의 선박이 침몰돼 있다. 침몰선박은 다른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름이 유출될 경우 해양환경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공단은 해수부에서 침몰선박 관리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2014년 850여척에 대한 개략적인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조사를 통한 위해도 평가작업을 진행 중인데 16척에 대해 마무리했다. 현재 진행 중인 관리대상선박 76척에 대한 현장조사는 2021년까지 완료하고, 100톤 이상 침몰선박 272척까지 현장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깨끗한 바다조성'을 위해 현황관리 수준에서 잔존유 제거 등 적극적 조치로 전환하기 위해 해수부와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