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일원화 100일' 앞둔 낙동강
하늘만 쳐다보는 환경부 "비 온 뒤 녹조 사라져"
8개 보 거의 만수위, 고정보 기준으로 1미터도 안내려
금호강 합수부는 시궁창 … 이래놓고 대구 취수원 이전?
9일 오전 대구 화원나루. 달성군이 최근 설치한 생태관찰데크에서 흙탕물이 된 낙동강이 시커먼 진천천과 교차하듯 뒤섞이는 기괴한 장면이 연출된다. 가을장마 끝난 지 열흘도 넘었는데 낙동강은 왜 아직 흙탕물이지? 진천천은 왜 이렇게 검은 색이지?
데크는 화원동산 절벽 아래로 쭉 이어졌다. 금호강 합수지점을 지나 진천천 하구쪽으로 가니 퀴퀴한 시궁창 냄새가 풍긴다. 시커먼 강물 여기 저기서 뭔가 뽀글뽀글 공기방울 같은 것이 올라온다.
"물고기가 숨쉬는 게 아니고 메탄가스 방울입니다. 이곳 강바닥은 용존산소가 거의 없는 죽음의 뻘층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의 말이다. 정 국장은 "삵 수리부엉이 수달 흑두루미 등 멸종위기동물과 모감주나무 멧대추 등 희귀식물 서식지인 이곳에 달성군이 끝내 생태관찰데크를 만들었다"며 "절벽 쪽으로 설치한 야간조명은 그나마 임시 가림막으로 가린 상태"라고 말했다.
화원동산 절벽 곳곳에는 생태계교란 외래식물인 '가시박'이 무서운 기세로 자라고 있다. 벌써 꽃을 피운 상태여서 빨리 제거작업을 하지 않으면 가시가 촘촘하게 박힌 열매가 곧 달릴 판이다. 가시박 열매가 달린 후 줄기를 제거하면 강물을 따라 사방에 종자를 퍼트리는 꼴이 된다.
생태계교란 외래식물 '가시박' 창궐
진천천 하구를 따라 성서공단 쪽으로 올라가보았다. 낙동강하수종말처리장 최종배출수 옆으로 대명천이 흐르고, 이 두 물이 합쳐져 진천천 하류로 흘러드는 곳이다.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오수관로 끝으로 내려가보니 시궁창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수관로 끝에는 오폐수가 넘친 흔적이 역력하고 심지어 커다란 쥐 한마리가 죽어서 썩어가고 있다. 지난번 비에 낙동강으로 넘쳐들어간 하수의 오염도가 곧바로 눈에 보이는 장면이다.
정 국장은 "대구는 빗물과 오폐수가 합류되는 합류식 하수관로가 설치돼 있다"며 "비가 10mm만 와도 오폐수 차집관로가 넘쳐서 대명천과 진천천이 온통 시궁창물이 되고 이 일대에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말했다.
화원동산 사문진나루에 가면 왜 이렇게 강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나 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낙동강을 이렇게 관리하면서 대구시 취수원만 구미 상류로 이전한다면 하류에서 이 물을 먹어야 하는 부산이나 창원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강에 하수 처리수를 방류한 후 하류에서 다시 취수해서 수돗물을 만들어 먹는 '실질적 하수 재이용 국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하수처리 설비의 고도화가 반드시 필요한 나라로 분류된다. '사대강살리기'를 제대로 하려면 22조원을 들여서 강바닥 파내고 녹조댐을 지을 게 아니라 이런 것부터 고민을 했어야 했다.
사실상 '낙동강 죽이기' 사업
'사대강살리기사업'은 사실상 '낙동강 죽이기' 사업이었다. 22조원의 절반 이상을 낙동강에 퍼부었고 17개보 보 가운데 9개(구담보 포함)를 낙동강에, 영주댐 보현산댐 2개의 대형댐도 낙동강 수계에 지었다.
강바닥을 파낸 준설량도 낙동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강 0.607억㎥에 비해 낙동강은 3.323억㎥로 5.5배나 많았고 나머지는 금강 0.388억㎥, 영산강 0.249억㎥ 등에 불과했다. 게다가 낙동강은 상류 예천에서부터 하류 부산까지 전 구간에 걸쳐 강 100%가 준설구역이었다. 특히 구미보 구간 이하 낙동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6미터 이상 깊이로 집중적으로 준설됐다.
그 결과 낙동강 수질은 사업 전보다 훨씬 나빠졌다. 상류 상주에서부터 녹조가 창궐하는 녹조라떼강이 되었다. 감사원이 '50년 간 수질개선 편익'을 산정한 결과 △한강 2640억원 △낙동강 -3300억원 △금강 3064억원 △영산강 및 섬진강 -41억원으로 추정됐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인 낙동강의 수질개선 편익이 가장 나쁘게 나타난 것이다.
낙동강 보마다 누런 황톳물 가득
8일 오전부터 9일 오후 늦게까지 낙동강 하류 함안보(창원)에서 합천보(창녕), 달성보(대구), 강정보(대구), 칠곡보(왜관), 구미보(구미), 낙단보(상주), 상주보(상주) 8개의 낙동강 보를 다 돌아보았다.
8개 보의 관리수위는 대부분 만수위에 가까운 상태였다. 일부 수위를 내렸지만 고정보 높이를 기준으로 1미터 이하로 수위를 내린 보는 아무 데도 없었다. 많은 비가 내린 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낙동강 보에는 아직 누런 황톳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정수근 국장은 "지난번 비로 녹조라떼는 물러가고 황토라떼가 되었다"며 "청산가리 100배의 맹독성 남조류가 1밀리리터에 126만마리까지 증식했던 녹조대참사를 해결한 것은 결국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7일 "낙동강 8개 보의 경우 달성보(유해남조류수 1515셀/mL)를 제외한 7개 보는 유해남조류수가 1000셀/mL 이하로 조류경보 '관심' 기준을 밑돌았다"며 "호우에 따른 유량·유속 상승(보 방류량 증가)로 (남조류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말하는 '보 방류량 증가'는 결국 비가 많이 와서 유량이 늘어난 현상이었다.
심각한 녹조 현상을 완화시켜준 반가운 가을비가 내린 지 열흘 이상 지났지만 아직도 낙동강물은 흙탕물이다. 이는 9개의 보로 막힌 낙동강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로 막히지 않은 강은 다르다. 큰비가 오면 흙탕물이 세차게 흘러 강 바닥에 깔렸던 오염물질을 쓸어내고 상류에서 많은 모래를 이동시켜 하류에 깨끗한 모래톱을 만들어낸다. 강물이 1년 중 9월에 가장 좋은 수질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부로 물관리일원화 된 지 100일
그런데 왜 지금 낙동강 8개(맨 위 구담보는 가동보 구간이 없음) 보의 수문은 꿈쩍도 안하고 있는 걸까? 지금은 논 농사도 수확을 앞두고 있어 물이 필요없는 시기다.
상류에 취수장이 없는 낙단보 구미보 달성보 합천보는 지금 당장 모든 수문을 활짝 열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동호와 임하호에 충분한 수량이 확보된 상태여서 낙동강 본류를 막은 보에 물을 가두어 수질을 나쁘게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나머지 보들도 취수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물높이를 조절하면 된다. 상류에 취수장이 있는 보는 △상주보(관리수위 해발 47미터 - 취수가능수위 43.6미터 = 3.4미터) △칠곡보(관리수위 25.5미터 - 취수가능수위 24.5미터 = 1미터) △강정보(관리수위 19.5미터 - 취수가능수위 14.9미터 = 4.1미터) △함안보(관리수위 5미터 - 취수가능수위 1미터 = 4미터) 등이다. 이들 보들도 취수할 수 있는 수위까지 물을 내리면 된다.
그리고 취양수장 구조를 개선해서 모든 보의 수문을 활짝 열고 낙동강 수질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환경부의 존재이유이자 물관리일원화를 한 까닭이다.
낙동강의 수질 관리가 중요한 것은 최하류 부산까지 전체 구간이 영남지역의 핵심 상수원이기 때문이다. 영남권을 제외하고 수도권은 팔당호, 충청권은 대청호, 전북권은 용담호, 전남권은 동복호와 주암호 등 대부분 1급수에 가까운 물을 상수원수로 이용한다. 강원권은 사실상 전체 하천이 1급수 지역이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15일이면 환경부로 물관리일원화가 된 지 100일"이라며 "우리나라 물관리의 수장인 환경부가 강한 정책결단과 집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환경부 수질관리과 담당자는 "낙동강 수계의 녹조 문제가 제일 심각하고 보다 적극적인 수문개방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취수와 양수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수위조절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