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사진촬영에 당황 … 경찰 조사 때 2차 피해”

2018-11-14 10:51:49 게재

개방된 공간에서 피해자 재촬영

경찰 “촬영물과 동일인 확인 위해”

여주프리미엄아울렛 나이키 직영 매장 내 불법촬영과 관련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100여장 이상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는 등 상습성이 의심되는데도 추가 피해자 특정을 못하는 등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피해자의 남자친구인 B씨는 “불법촬영된 사진이 피해자 본인의 사진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상 등 인상착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해서 경찰이 여자친구의 뒷모습 사진을 두 차례 찍었다”면서 “여자친구가 진술을 하던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바깥쪽 사무실로 나와 찍었고, 두 차례나 사진을 찍어야 해서 사진촬영 후 여자친구가 눈물을 보였고 경찰서 바깥에 나와서는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어서' 수치심을 느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주경찰서측은 “(불법촬영 사진이) 피해자의 사진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이 필요해 동의를 얻어 뒷모습을 찍었다”면서 "촬영 장소는 개방된 곳이 아닌 수사팀 사무실이었고 여성 경찰관도 함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경찰 측 조치가 적절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다른 범죄의 여죄를 수사하다가 적발한 것이 아닌 현행범이나 다름없는 경우인데 굳이 피해자를 촬영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매장 안팎에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등만 확인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추가 수사를 위해 불가피했을 수는 있으나 좀 더 세심했어야 한다”며 “경찰서 내에 밀폐된 공간이나 변호인 등의 조력을 거치는 등 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성범죄 전담부를 맡고 있는 한 판사는 “불법촬영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촬영물의 동일성만 확인되면 증거로 채택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건 기록을 직접 보지 않았지만 경찰이 피해자를 재차 촬영했다는 점은 접하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씨 노트북에서 120여장의 사진이 발견되는 등 상습범으로 확인됐는데도 추가 피해자 특정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촬영물의 정보를 확인하면 촬영 일시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폐쇄회로(CC)TV 자료나 매장의 카드 결제 기록 등을 맞춰보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가 자신에게 지급된 기기가 아닌 퇴사자가 쓰던 기기로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증거 인멸을 고려한 계획범죄를 의심할 만하다. 불법촬영물을 타인과 공유하더라도 자신이 촬영한 흔적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매장 내 다른 직원들과 공모를 했거나 촬영물을 공유했는지 여부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나이키 매장의 CCTV를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했지만 영상보관기간이 15일에 불과해 피해자 특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공모 및 유포 여부 역시 확인했지만 관련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 형사부는 최근 '여성아동 대상범죄 대응 전담검사·수사관 워크숍'을 열고 새로 수립한 '불법촬영 범죄 사건처리 기준'을 논의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피해자를 몰래 촬영한 경우 등 4가지 유형의 범죄를 죄질에 따라 8개 범죄 유형으로 설정했고, 유형에 따른 양형 요소 기준도 마련했다.

촬영물 속 등장인물이 피해자나 피해자의 지인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식별이 가능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한 경우에도 죄질이 심각한 경우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2013년 2997건에서 2017년 6632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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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김형선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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