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김경수는 운명공동체 "끝까지 간다"

2019-01-31 11:31:29 게재

민주당 "감정적·짜맞추기 판결" "보복성 재판"

"끝까지 함께 하겠다" … 야당·사법부와 전면전

조국 수석에 불만 … "퇴로 차단 안돼" 조언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조작혐의로 법정구속된 판결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재판 불복'을 선언했다. 이는 김경수 지사를 끝까지 지지하며 책임을 같이 지겠다는 '운명공동체'로의 선언으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야당의 대선불복프레임에 '적폐세력의 반격'프레임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출구전략까지 봉쇄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31일 여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이상한' 신호들이 있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다소 안일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야당에서 대선불복을 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부상할 텐데 총선까지는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굳은 표정의 회의 참석자들 | 3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홍영표 원내대표(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 =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30일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데 대해 첫 논평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입을 뗐다.

그는 "재판부는 그 허술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여러 오염증거들을 그대로 인정했다"며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가 부족한 억지논리를 스스로 사법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특검의 '짜맞추기' 기소에 이은 법원의 '짜맞추기' 판결"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재판부와 관련해서는 "사법농단의 정점 양승태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당시 별안간 선고기일이 연기된 것을 두고 무성하던 항간의 우려"와 "그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을 환기시켰다. 양 전 원장의 구속이 성창호 부장판사(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다.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홍익표 대변인은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규정한 후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위원장은 드루킹과 관련자의 진술 모의 등을 거론하며 "상당히 왜곡되고 오염된 증거에 기반한 특검의 주장을 (법원이) 사실상 100% 가깝게 인정했다"며 부장판사가 사법농단과 연관돼 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근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선고기일 연기 배경을 의심하면서 징역 2년의 형량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사례에서 벗어난 감정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김 지사의 손을 더욱 강하게 잡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치특검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재판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진실을 되찾기 위해 김경수 지사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징계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더이상 당할 수는 없다" = 민주당내에서는 강경 노선이 지배적이다. 다른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여당 모 의원은 "야당이 전당대회 등으로 계속 스피커를 울리면서 대선불복 등으로 가는 데 우리로서도 지지층에게 메시지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선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사법부에 대한 접근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면서도 반격에 대한 '정밀한 준비'를 예상하거나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당의 모 중진의원은 "최경환, 남재준의 직무남용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최근의 재판을 보면 심상치 않은 신호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 재판기일을 연기한 것은 느낌이 이상했다"며 "문재인정부가 순수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노련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정부가 검찰을 너무 섣불리 개혁하려고 하다가 어수선해졌는데 지금은 법원을 그렇게 한 것 같다. 수사 받은 판사만 100명이 넘는다는데"라며 청와대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또다른 여당 모 초선의원은 "여당이 사법부에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폼잡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이제부터는 프레임전쟁"이라고 했다.

◆"차분한 대응" 주문도 = 민주당의 대응방식이 좀더 세련되고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공격용 탄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과 김 지사를 한 몸으로 묶는 것은 나중에 퇴로가 차단될 수 있다"면서 "사법부 전체를 부정해 모두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대책위를 설치한 것은 자연스럽고 잘한 것이고 상당히 이성적 판단이었다"면서 "그러나 대책위에서 섣부른 행동이나 발언을 하기 보다는 그야말로 '정무적 노련미'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대응해 여론을 끌어들일 만한 '정제되고 준비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재판이 내년 총선 전에 끝날 가능성이 높은만큼 김 지사의 최종 유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사법농단 배후세력의 반격으로 프레임을 짜는 건 안 좋다"며서 "민주당과 김경수의 공동운명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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