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규제, 피할 수 있을까
‘내일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수도권 7일 연속’, ‘제주까지 미세먼지 지옥, 도망갈 곳도 기댈 곳도 없다’, ‘공기청정기 없는 초등교실 엄마는 등교시킨 뒤 울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연속 7일째 발령된 지난 두 언론에 난 기사들이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은 계속되지 않고 대기정체 같은 기상상황이 풀려 오염물질이 흩어지면 비상 상황은 해제될 것이다. 그러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또다시 재앙의 잿빛 시즌이 도래하고 만다.
미세먼지는 이미 연중 오염상태지만 극심한 비상 상황은 기상요인이 겹쳐 발생하므로 기상을 관리할 수 있다면 위기관리가 가능할수도 있다. 하도 답답하다 보니 인공강우와 거대 공기 정화탑 건설 같은 요구도 나오지만 호풍환우와 기상변화는 아직 실효적인 과학기술 영역이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통제 가능한 것부터 우선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처는 결국 화석연료가 연소되고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굴뚝, 배기구에 대한 관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석탄 화력발전소와 경유 자동차 그 외 각급 공장과 사업장의 굴뚝, 건물 및 가정의 보일러 배기구, 기타 자동차, 선박, 건설기계 그리고 온갖 노지 소각행위 등에 대한 관리다.
이런 관리는 사실상 기업을 포함한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제한을 수반한다. 당국의 규제는 기업활동과 생존권에 대한 침해로 저항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국 등 국외 유입을 주요인으로 거론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국에서도 철저히 실행하지 못하는 관리와 규제를 외교활동으로 타국에 먼저 강제하기는 어렵다. 국제협력 증진을 위한 다각적인 활동이 지속돼야 하겠지만 이를 위한 기반도 자국에서의 관리와 실효적 개선 성과에 의해 다져질 수 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큰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감축하려면 전기 사용을 줄이고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 각급 공장과 사업장, 건물, 가정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더라도 연료나 보일러 등 연소장치를 교체하거나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집진설비가 있지만 굴뚝에 간단히 부착하여 배출 먼지를 다 잡아내는 ‘요술 장치’는 아니다.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결국 오염이 적은 차량으로 교체하거나 교통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쓰레기 소각 등 모든 노천 소각과 장작연료 사용과 같은 생물성 연소도 최소화하는 실효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모두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너나 없는 실천으로 작은 성과들을 축적하여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나가는 방법들이다. 모든 국민과 기업들이 부담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이다. 인간이 아직 알지 못하는 방법이나 신의 영역을 제외하면 이렇게 배출량 자체를 줄여 기상이 변하고 정체돼도 극심한 오염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외에 미세먼지의 습격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여기에는 당국의 일관되고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 지난 2월15일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특별법은 자동차 운행제한 제도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첫 시험대가 된 이번 사태에서 실효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환경등급 최하위 5등급 규제 차량은 전국 270만대에 달하지만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들은 조례 제정 등 준비를 끝내지 못해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실제 규제는 6월 이후로 미뤄졌다. 결국 이번 비상조치의 자동차 운행제한은 5등급 차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RV, SUV를 제외한 2.5톤 이상 차량이 서울에서 운행하지 못하는 정도로 축소되고 말았다. 생계형 화물차주들의 형평성 문제제기를 야기했을 뿐 ‘하나마나한 비상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국의 일관된 정책 필요
미세먼지 규제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5등급 차에 그치지 않고 4등급, 3등급으로 운행제한이 확대될 수 있다. 휘발유 승용차라도 혼잡과 오염을 유발한 원인자부담을 끝내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제라도 못할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수용성까지 고려한 더 철저한 설계와 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과제라는 점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