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원희룡·박형준 한자리 모였다

2019-04-02 11:08:49 게재

1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

총선 앞두고 보수재편 가능성 주목

유승민·원희룡·박형준. 지금은 뿔뿔히 흩어져 각자의 공간에서 '정치'에 임하고 있지만,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보수정치 식구'다. 때로 정치행보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자타공인 '개혁보수' '차기리더'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지금은 '보수 장자'인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재편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왔던 세 사람이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도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함께했다. 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이었다.


학자이자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전 수석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캠프 출신이다. 이후엔 이명박정부 핵심브레인으로 꼽혔다. 중도실용주의 개념을 정립해냈다. 지난해 8월 결성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맡아 정치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4선 유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캠프 핵심이었다. 정작 박근혜정부에선 토사구팽 당한 뒤 바른정당 창당과 대선 출마를 통해 '독립 정치인'으로 위상을 재정립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지만, 개혁보수냐 중도개혁이냐를 놓고 당내 노선갈등을 겪고 있다. 개혁보수에 무게를 둔 유 대표의 선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3선의원 출신이자 재선 도지사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남원정'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개혁보수를 상징해왔다. 탄핵 이후 바른정당에 몸을 실었다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보수정치권에서 개혁 상징성과 대중적 득표력을 겸비한 희소성 때문에 차기리더 우선순위에 꼽힌다.

세 사람이 '플랫폼 자유와 공화'를 공통점으로 삼아 한자리에 모였다는 데 관심이 쏠린다.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지난해 8월 각계 전문가 30여명이 우리나라 현실을 진단하고 성공국가와 실패국가 모델을 연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북핵폐기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와 공영 △경제와 노동 개혁 △정부와 공공부문 개혁 △교육 개혁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자유와 공화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의 규합과 통합을 통해 정치혁신에 나설 것"이라면서 '플랫폼 자유와 공화'가 보수재편의 진앙지가 될 것임을 확인했다.

세 사람도 개혁보수를 앞세운 보수재편 의지를 밝혔다. 원 제주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자유주의에 기초한 공동체 통합을 이끌어야할 보수야당은 과거 잘못된 역사의 실책과 그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권력의 기득권에 취해 촛불을 배반하고 촛불을 팔아먹는게 현재 집권세력"이라고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유 의원은 "보수가 집권하든, 진보가 집권하든 5년 단위로 계속 국민들이 이 나라에 실망하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누구든지 이 플랫폼에서 만나고 대화하고 자유로이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대한민국 시민 모두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수정치권에서 '개혁보수' '차기리더'로 꼽히는 세 사람이 보수재편을 위한 플랫폼에 함께하면서 향후 어느 시점에, 어떤 곳에서 보수재편이 촉발될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한국당 내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황교안 지도부는 강경보수 색채를 강조하면서 개혁보수와 거리를 두고 있다. 비박과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강경보수만으로는 내년 총선승리와 집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개혁보수를 앞세운 보수의 전면적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혁보수를 앞세운 보수재편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는 변수라는 것이다. 개혁보수 상징성을 가진 세 사람은 보수재편 의 상수일 가능성이 높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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