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 현장활동가들의 목소리
"우리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싶다"
적은 인원에 행정일에 치여
학대예방 보호 활동 역부족
"우리는 한 직원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50∼70개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아동 12∼15개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을수록 보호사례가 어려워지고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직원 A씨의 말이다.
"한 공간에서 24시간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원장1명, 교사3명, 심리상담사 1명이 교대하며 어렵게 돌보고 있다. 학대받은 아동들을 법적으로 보호자이지만 정신과 치료도 쉽게 받지 못한다" 경기도 한 쉼터 원장 C씨의 말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대받은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는 여전히 부실해 아동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다고 지적이 끊이지 않고 개선방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가 본연의 역할은 아직 부족하다.
이에 내일신문은 아동보호기관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을 지난 1월 23일 서울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회의실에서 만나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아동보호실태와 대안을 듣었다.
◆열악한 근무 환경 = 서울지역 아보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아동보호 현장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A씨는 "아동을 50명 이상 관리하다보면 업무량 과다로 집에 가면 10시가 넘는게 흔하다"며 "개인생활과 업무가 윈윈하기에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지역 아보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B씨의 경우도 "다른 지자체에 있는 아동 1명을 관리하려 갔다오면 하루가 다 간다"며 "돌아와 밀린 일을 하다가 저녁 8시 9시 가정방문해야 할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분들의 워라밸을 지켜주려다 직원들의 워라밸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쉼터 원장 C씨는 "학대받은 아이들이 11시에 들어오든 새벽에 들어오든 출동해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저녁이 되면 식당의 칼을 사무실로 옮겨 놓아야 하는 (위기) 상황도 있다"며 근무환경의 열악함을 강조했다.
◆인력 보강 급선무 = 아보전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8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B씨는 "아동학대 관련 신고율이 계속 늘어나면서 업무량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인력보강은 거의 없다.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지만 상담업무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그만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쉼터의 경우도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C씨는 "쉼터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장애아동, 너무 어린 아이, 다문화아동 등 다양한 아이들이 '학대받았다는 이유로' 다 쉼터로 들어오는데, 일반아이들과 달리 손이 더 필요하고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한다"고 전문인력 보강의 필요성을 밝혔다.
◆아동보호 민간운영 한계 크다 = A씨는 "지금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응급조치를 할 권한은 있지만 사건 이후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모니터링하는 활동이 훨씬 중요한데 강제력이 없다. 문 잠그면 들어갈 방법이 없다"며 "법상으로 사후처리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방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A씨는 "아보전에서는 현장조사를 하고 학대인지 판단하고 조치하고 시설보호나 병원입원, 격리 등등 이런 것은 민간이 하기에는 버거운 역할이다. 이런 것은 공공이 맡고, 사례관리를 하면서 보호 훈련하고 원가정 재결합 프로그램 등 후유증을 감소할 수 있는 업무를 민간이 담당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단순 보호만 하게 되는 쉼터 = 학대아동들이 갈 쉼터가 전국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쉼터가 전국에 68곳 뿐이다. 쉼터당 정원이 7명인데 아동학대 발생이 수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태부족인 셈이다.
B씨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아이가 정상적으로 케어 될 수 있는 쉼터가 굉장히 드물다. 처음에 분리보호를 하게 되면 일시보호에 들어가야 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돕지 못하고 그냥 단순 보호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쉼터 원장 C씨는 "가해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아이통장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 하면 부모가 항의가 들어 온다. 폭력을 쓰고 정신적으로 힘든 아이들이 들어오지만 일반그룹홈과 급여가 같다. 일반회계가 아닌 복권기금에서 돈이 나온다니 어이없다"며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쉼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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