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수질개선 사업 돕는다는데 … 한강은?

2019-04-10 11:22:16 게재

서울시, 서울-평양 대동강 협력사업 준비 착수, 자문단 출범

한강 수질, 하수 통제로 크게 개선 … 신곡보 개방 등은 과제

서울시가 대동강 수질 개선 협력사업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한강 수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평양 간 협력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그 근거가 되는 한강 수질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0일 서울-평양 대동강 협력사업 자문단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수질·환경 전문가 등 12명을 위촉해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등 내실있는 사업추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의 오염물질 처리 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단계 현대화 공사를 마친 중랑물재생센터 모습. 사진 서울시 제공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은 지난해 9월 18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에서 출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교류협력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고 추진 가능성 또한 큰 것으로 평가됐다.

시는 이 사업이 지자체 간 남북교류사업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남북 공동 이익이 되는 협력으로 발전시켜 간다는 구상이다.

시가 자문단 출범 등 대동강 협력사업 준비를 본격화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북미회담이 결렬되고 남북대화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것과 '한강 상황은 문제가 없나'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속도조절은 필요하지만 상황이 급진전 될 경우에 대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차원에서 '과속' 우려는 어느정도 상쇄될 수 있다. 북미관계 진전이 사업 개시의 핵심 변수이므로 대북제재 위반 등도 지레 걱정할 필요는 적다는 분석이다.

관심은 '한강 수질은 괜찮은가' 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 수질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개선 끝에 꾸준히 개선돼왔다. 1983년 16.9 수준이던 BOD는 1995년 7.9, 2008년 4.8으로 떨어졌고 2017년 ℓ당 2.6㎎까지 떨어졌다.

한강 수질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은 각종 지류에서 유입되는 오폐수다. 하수관을 통해 여과없이 한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생활·산업·축산 폐수 등이 한강 오염의 주범이었다. 서울시 대책도 하수처리 시설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4596억원을 들여 2017년부터 30년 이상 된 노후하수관로 정비를 진행 중이다. 2720㎞에 달하는 노후관 실태를 조사했고 이중 308㎞는 긴급정비를 실시했다. 하수처리장(물재생센터)을 늘리고 시설을 현대화해 수질 오염 총량도 비약적으로 줄였다.

오염도 측정과 실시간 대응을 위해 한강 및 지천 수질측정망도 41곳에서 82개로 2배 늘렸다. 특히 2019년 상반기 착공하는 난지물재생센터 증축(처리능력 44만㎥/일 증가 ), 올해 9월부터 가동되는 서남물재생센터(처리능력 72만㎥/일 증가) 등이 가세하게 되면 상황이 더욱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염총량 관리제도 한강 수질 관리에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법률이 개정되면서 한강수계 수질오염총량관리가 의무화됐다. 연도별 오염부하량이 할당되고 경계지점별 목표수질 설정 등 엄격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빗물은 수질 오염의 또다른 주범이다. 시는 강우 초기 빗물을 처리하는 초기우수 처리시설을 설치해 오염된 빗물을 여과해 강물로 흘려보내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수질측정도 고도화하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한강 본류(노량진, 선유) 2곳과 지천(탄천, 중랑천, 안양천) 3곳 등 총 5곳에 수질자동측정망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수질자동측정망은 한강 본류와 주요 지천의 수질을 상시 측정, 오염 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한 장치다. 용존산소 등 기본 항목부터 페놀, 시안 등 유해물질까지 총 18종을 분석한다.

수년간의 노력과 하수 처리 기술 고도화 등으로 수질 개선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대동강 협력사업을 앞두고 한강 문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수원 관리 및 서울시구간 본류 수질 개선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한강수계 내에서 먹는 물 안전과 관련한 고도정수처리 노하우를 도시간 협력 차원에서 소통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고도정수처리는 상수원 지역의 희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물 관리 정책으로 제시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어 "서울시 본류 구간에 대해서 쟁점이 되고 있는 재생센터 불법 방류 및 방류수 수질관리, 신곡보 개방 등에 대해 정책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로 대동강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대동강 수질개선은 남북협력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이와 별도로 한강 수질개선은 앞으로 꾸준히 연구하고 고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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