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팝업도서관'에서 새로운 길 찾다

2019-04-22 11:08:02 게재

20살된 느티나무도서관 … 71개의 주제별 책 목록으로 '시민들에게 말 걸기'

"느티나무도서관이 20살(1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주년이 될 때까지 이런 저런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서촌에 마련한 팝업도서관이 첫 활동이에요. '도서관이 사회에 여전히 필요한가' '도서관은 앞으로 뭘 할 것인가'에 대해 시민들에게, 또 도서관 현장에 말을 거는 것이죠."
18일 느티나무도서관이 주최한 'New Wave New Library: 내 삶을 변화시키는 스페이스 셔틀, 도서관'. 왼쪽부터 강철진 느티나무도서관 사서, 서지원 작가, 정지원 기획자(노사이드랩). 사진 이의종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의 말이다. 지난 18일 오전, 느티나무도서관이 주최한 전시 'New Wave New Library: 내 삶을 변화시키는 스페이스 셔틀, 도서관'에는 이른 시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왼쪽에 마련된 바(bar)다. 이곳에는 주제별로 분류된 컬렉션을 소개해 주는 '북텐더(책+바텐더)'가 시민들의 이런저런 질문에 답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실제로 사용하는 주제들이 적힌 목록카드. 벽면에 71개의 카드들이 걸려 있다. 카드를 뒤집으면 해당 주제에 속한 책들이 적혀 있다. 사진 이의종


좀 더 이동하면 벽면 한 가득 느티나무도서관이 책을 분류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주제들이 적힌 목록카드들을 만날 수 있다. 주제들은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세상을 여행하는 더 나은 방법 △죽음의 자기결정권 등 71개에 이른다. 카드들을 뒤집어보면 해당 주제에 속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상을 여행하는 더 나은 방법'을 뒤집으면 '공정무역 희망무역(김정희/동연)' '공정 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패멀라 노위카/이후)' 등 책 10권이 적혀 있다. 카드들은 원한다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다. 여러 장을 가져가는 이들에겐 북텐더가 고리를 걸어 카드들을 묶어준다.

비어 있는 카드들에 책 분류 주제와 목록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여러 명의 시민들이 자신만의 주제를 만들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을까' '차별과 역차별' '잡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책은?' 등이 관람객들이 직접 남긴 주제들이다. 주제에 해당하는 책이나 영화를 적어놓은 이들도 있다.

전시장 안쪽에는 '사서의 컬렉션 조리법(Librarian's recipe)' 영상을 만날 수 있다. 김차경 사서를 중심으로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실제로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담았다. 김 사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질문과 실마리를 찾는다"면서 "주말을 반납하고 책을 이 만큼 쌓아놓고 공부를 한다"고 밝힌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컬렉션들은 전체 회의와 수서 회의를 거친 후, 1~3차에 이르는 목록 작업을 거쳐 탄생한다. 주제별 핵심 책들은 물론, 사회과학, 인문학뿐 아니라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사서들은 열심히 만든 컬렉션이 이용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가 무엇보다도 궁금하다. 김 사서는 "이용자들은 컬렉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이용자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 책은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 또 다른 자료가 생긴다"고 말한다.

전시에서는 오는 27일까지 각종 프로그램이 열린다. 페미니즘 기본소득 장애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자와 함께 소통할 수 있다. 27일 오후 2시에는 박 관장이 '도서관의 변신, 도서관을 탐험하는 법'을 주제로 시민들과 대화한다.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되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민들을 만난다.

한편 느티나무도서관은 용인에 위치한 사립공공도서관으로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바라며, 도서관으로 존엄함에 말을 걸고 세상 배움에 도전을 북돋우고" 있다. 서촌의 전시를 관람한 후엔 느티나무도서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전시 주소 팩토리 2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느티나무도서관 주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 116번길 22 느티나무도서관 홈페이지 www.neutinamu.org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