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남발, 국민 신뢰 잃어"

2019-05-29 11:04:12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미세먼지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새로운 법률과 정부 대책이 남발되면서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임기응변식 정책 제시보다 정책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철저히 검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미세먼지 행정의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여론이 심각해지면 보여주기식 대책을 남발해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책들이 단기간에 급조되어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며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는데 그치기보다 제시된 대책을 이행하고 이행성과를 제시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8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데 이어 올 3월 '대기관리권역 대기환경 개선 특별법',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 특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대책 관련 8건의 법안을 처리한 바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근거해 수립되는 법정계획도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 '장거리이동대기오염물질피해방지 종합대책',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미세먼지관리 종합계획',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 종합계획' 등 5건이나 된다.

정부는 이같은 법정계획 외에도 '미세먼지 종합대책',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대책' 등 미세먼지가 악화될 때마다 다양한 특별 대책들을 제시해왔다.

보고서는 "국회에서 통과된 각각의 법률들이 구체적인 목적과 범위에 있어서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법률안의 내용에 있어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부분들이 있어 비효율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각종 대책 역시 주요 내용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미세먼지와 관련한 중복된 계획을 간소화하고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미세먼지정책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오존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정책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고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이 규명되거나 실질적인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기 및 기후 통합 관리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예산분배에 있어서도 비용대비 배출 저감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환경적 비용을 포함한 외부비용에 대한 통합평가방안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국가대기질통합관리센터, 온실가스정보센터 등 미세먼지 관련 조직의 역할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을 조율하거나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 역할과 관련해서는 "법정계획과 법정조직을 중심으로 정책이 장기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 보고 제도를 강화하고 법정계획의 이행성과를 보다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평상시 미세먼지 농도를 얼마나 줄여나가는지, 여러 부처의 정책이 환경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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