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의 역습, 우리 바다가 위험하다

2019-06-25 05:00:15 게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1997년 여름, LA와 하와이를 횡단하는 요트경기에 참가하고 있던 찰스 무어는 적막한 바다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수면을 보니 플라스틱 조각들이 요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바다 가득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태평양 바다 위에 떠있는 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거대한 쓰레기장,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순간이었다.

해양쓰레기는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

해양쓰레기 문제는 먼 바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발리는 재작년 해안가로 밀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다가 쓰레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호주의 마지막 청정 파라다이스로 불려온 코코스 제도에서는 무려 4억1400만 개의 쓰레기 조각들이 발견됐다. 600여명에 불과한 코코스제도의 주민들이 이만큼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려면 무려 4천 년이 걸리는 양이다.

해양쓰레기는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해양생물들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거나, 바다에 버려진 그물에 감겨 죽기도 한다. 매년 바닷새 100만마리 이상과 해양포유류 10만마리 이상이 해양쓰레기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폐사한 바다거북 38마리 중 20마리의 위장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려지거나 유실된 폐그물 등에 해양생물이 갇혀 죽는 유령어업으로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바다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로 인한 선박 사고도 우리나라에서만 지난 5년간 900건 가까이 된다. 특히, 해양쓰레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이 5mm 미만의 크기로 미세화되면 수산생물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그간 정부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9년부터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도모해 왔으며, 지자체와 함께 매년 8만여 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2022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을 지금의 30%, 2030년까지는 절반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육지의 4배에 이르는 바다 면적과 1만 500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고려하면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해양쓰레기는 바다로 한 번 들어가면 해류 등을 따라 빠르게 확산되고, 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무엇보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정화주간’도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대적인 정화활동을 통해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해양환경 개선활동에 동참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135개 연안에서 진행된 올해 행사에도 약 1만 3000여명이 참여하였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은 ‘연안 정화의 날’

특히 올해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하천변 쓰레기와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을 동시에 진행하여 장마철과 태풍 발생 시기를 앞두고 해양 쓰레기의 발생 요인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정부는 앞으로도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연안 정화의 날’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난 21일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열린 정화활동에 직접 참여해보니 해양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각종 생활 쓰레기부터 폐스티로폼, 폐어구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있어서 무척이나 놀라웠다. 지금부터라도 줄이고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우리의 연안과 바다가 쓰레기로 인해 중병을 앓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후손들이 깨끗하고 건강한 바다를 누릴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더욱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