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보 탓에 8년 수박농사 망쳐”
수박하우스 600동 초토화
보수위 낮추고 150동 수확
“우리 연리들 농민들은 합천보 담수 때문에 수박농사 다 망쳤다. 지난 8년 동안 관리수위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올해 1.5미터 정도 관리수위 내리면서 하우스 150동에 8년 만에 처음 수박농사를 지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 연리 곽상수 이장(사진, 수박 농민)의 말이다.
곽 이장은 “강 건너 달성군은 보 개방에 반대 입장인데, 실제 침수피해 농경지는 고령에 있다”며 “보 개방하면 모내기철 취수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바로 옆 동네 농민들 침수피해를 못 본 체 하는 건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11년 합천보 담수 이후 수자원공사는 보 관리수위를 10.5미터로 유지했다. 연리들 지하수위가 땅속 25cm까지 차올랐다. 배수가 잘되는 모래땅을 좋아하는 수박이 제대로 자랄 리가 없었다.
2012년 4월 수박 하우스 600동이 침수 피해로 초토화됐다. 피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됐다. 아무리 관리수위를 낮추어달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곽 이장은 “30년 동안 경북지역 수박 주산지였던 연리들이 합천보 담수 1년 만에 명성을 잃고 도태됐다”며 “올해 처음 관리수위를 1.5미터 낮추면서 15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수박을 수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연리들 침수피해는 국정감사에서도 중요 문제로 다루어졌다. 당시 국토해양위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이철우 현 경북지사는 국감 증인으로 나온 농민들을 찾아 “연리들 침수피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격려를 하기도 했다.
보 담수로 인한 침수피해는 지난 8년 동안 현실적으로 확인된 문제이고, 보 개방으로 인한 취수불가 문제는 시설개선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 경북지역 지자체장들이 양수장 시설개선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농민들 생각은 안하고 정치적 판단만 앞세우는 것이란 지적이 높다. 현재 낙동강 수계에 있는 118개 양수장 가운데 75개가 경북도에 위치한다. 그 가운데 농촌공사가 관리하는 46개 양수장은 시설개선이 끝난 상태다. 경북도 지자체가 관리하는 양수장은 29개, 이 가운데 반드시 시설개선이 필요한 곳은 19개에 이른다.
곽 이장은 “보는 필요와 상황에 따라 물을 담을 수도 뺄 수도 있어야 하고, 거기에 맞게 양수장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자체장들이 한편으로 농민들 모내기 핑계를 대면서 실제로 필요한 양수시설 개선은 하지 않겠다는 건 농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