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기태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환경부 공무원과 업체유착, 개인비리 치부 유감"
■가습기 살균제 사건 2차 수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검찰이 사상 유례없이 수사팀 80여명을 꾸려 8개월 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가 지난 해 고발한 사람이 14명인데 그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사람이 하나도 없다. 검찰이 기소한 사람들은 이미 가습기 살균제가 생산되고 판매된 시점의 대표나 임직원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이미 대량으로 판매됐는데, 그때 당시 대표나 임직원도 반드시 책임이 있다. 그들에 대해 기소 못한 것이 아쉽다.
■가해 기업과 유착한 혐의로 환경부 공무원도 기소됐는데.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때 환경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담당했던 서기관이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국정감사 기밀문서와 환경부 기밀문서를 가해기업에 유출했는데도 그 서기관만 불구속 한 것이 심히 유감이다. 환경부와 가해 기업의 유착관계를 밝혀야 하는데, 그 서기관의 개인 일탈행위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했는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검찰 수사는 더디고, 법원은 독성물질의 위험성에 다툼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환경부 담당 서기관은 가해 기업과 유착관계에 있었다. 누구를 의지하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 규명을 외칠지 막막했다. 2017년 8월 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손을 잡고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 달라는 것이 나의 요구다.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만나 달라.
■나 홀로 국토종주, 힘들지 않았나.
죽는 줄 알았다. 7월 2일부터 10일까지 국토종주를 했다. 640㎞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자전거를 탔던 사람이 아니다. 국토종주 한달 반 전에 자전거를 샀다. 일주일에 이틀씩 연습했다. 폭염에 보복운전까지 당해서 다치기도 했고, 코피도 쏟았다. 평일이어서 피해자들과 같이 갈수 없어 혼자 갔는데,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갔다. 피해자와 주위 분들의 지지가 있어 큰 사고 없이 다녀왔다.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피해자들 사이의 오해다. 저 사람이 왜 이걸 할까.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사업도 하는데 피해자들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할까.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이력만 남기고 빠지는 것이 아닌가. '내 돈 쓰고 내 시간 할애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천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며 비꼬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토종주는 헌신,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피해자들 입장이 이해가는 면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해결하는데 사익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서는 안된다.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 계획이 있는지.
검찰이 특별공판팀을 만들어서 기소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사법부 판단이 남아 있는데, 재판 모니터링을 통해서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겠다. 현재 옥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SK케미칼 등 가해 기업과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다. 가습기 특별법 자체가 피해자들의 배상과 보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