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현장 인터뷰 - 경남 창녕군 남지읍 이선길 농민

"함안보 담수 뒤로 안개피해 심각"

2019-09-06 12:49:25 게재

안개로 하우스 난방비 늘고, 지하수위 상승으로 병충해 심해져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낙동강네트워크, 국회 이상돈 의원실, 오마이뉴스 '사대강독립군' 팀과 함께 낙동강 현장 탐사를 진행했다. 탐사 취재는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서 최상류 수계인 봉화 석포제련소까지 이어졌다. <편집자 주>

8개의 보로 가로막힌 낙동강은 하류 곳곳에서 시퍼런 녹조띠를 드러냈다. 28일 오후 찾은 경남 창원시 칠서 취수장과 정수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낙동강에서 퍼올린 원수에는 진한 코르타르같은 녹조띠가 아예 코팅막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먹는다는 게 실감나지 않을 정도였다. "부산 창원 등 낙동강 하류 주민들의 상수원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왜 낙동강 보 수문을 열지 않는가?"라는 지역 환경단체 활동가의 항변이 터져나왔다.

이날 오후 칠서 취수장 강 건너 창원군 남지읍에서 이선길(65) 농민을 만났다. 중학교 때 이곳 남지읍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50여년을 남지 강변에서 사신 분이다. 이선길씨는 "함안보 담수 이후 낙동강이 큰 호수로 변했다"며 "안개일수와 농도가 늘고 기온까지 떨어져 하우스 시설재배 농가들도 죽을 맛"이라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대강사업 농가 피해는 지하수위 상승으로 인한 침수피해였다. 안개와 기온 하강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이번 취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50년 전 남지 낙동강은 어땠나.

50년 전이면 중학교 무렵인데, 그때는 정말 좋았다. 물이 들면 홍수가 나는 등 나쁜 기억도 있지만 물이 잔잔할 때는 정말 맑고 좋았다. 이 철교 위에서 강으로 다이빙도 했다. 모래 바닥이 깊은 곳도 있고 얕은 곳도 있어서 다이빙도 하고 조개도 잡고 그랬다.

■4대강 이후에 어떻게 변했나.

나는 하우스 농사를 하는데, 함안보에 물을 채운 뒤 안개가 늘고 기온도 많이 내려갔다. 남강댐 주변은 댐 건설 뒤 온도가 7도 가까이 내려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우스 농사에는 정말 안 좋은 상황이 되었다.

처음엔 나 혼자만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당시 창녕군시설채소연합회 회장을 하고 있어서 사실 사대강사업 전부터 이 사업에 반대했다.

■구체적으로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나.

처음엔 잘 몰랐다. 2012년 11월에 함안보가 완공돼 담수를 했는데, 2013년은 잘 모르고 지나갔다.

그 다음해부터 벼 수확 시간이 자꾸 늦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오전 10시 경에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했는데, 11시가 되어도 나락이 마르지 않아 작업을 할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나락이 어느 정도 말라서 까실까실해져야 볏짚은 날아가고 알곡만 수확을 하는데 축축하면 그 작업이 잘 안된다. 결국 오후 1시가 다 돼야 나락 타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4대강 사업 후 안개가 얼마나 늘었나.

예전에는 강이 주로 모래밭이고 물이 절벽 아래로만 흘렀다. 아침에 해가 뜨면 안개가 끼었다가도 금방 걷혔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오래 끼었다.

사대강사업 후 함안보에 물을 담으니 온 강이 다 호수로 변했다. 담수 후에는 오후 1시까지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니 비닐하우스에 기름값도 많이 들고 병충해도 많아졌다. 실감하는 안개 피해는 더 크게 느껴진다.

■구체적으로 농작물에 어떤 피해가 있나.

안개가 끼면 햇빛양이 줄어드니까 일단 식물 성장이 잘 안된다. 게다가 보 담수로 지하수위가 높아지면서 작물 뿌리가 썩는 병까지 늘었다. 뿌리가 잘 안 자라면 작물 지상부의 병해충도 늘어난다. 병이 빨리 오니 농약으로도 뒷받침이 잘 안된다.

■농약 사용량이 늘어났다는 것인가.

영 많이 든다. 예전에는 권장량만 쳐도 다 해결이 됐는데, 일단 작물에 병이 오면 병이 치료될 때까지 약을 쳐야 한다. 하루 걸러 한번씩 칠 때도 있다. 특히 오이 같은 박과 작물의 피해가 심하다.

영양제도 줘야 하고 비료도 고급 비료를 써야 한다. 요즘은 광합성 좋게 하는 약까지 쳐야 겨우 예전 생산량이 나올 정도다. 생산량은 줄고 연료비는 1/5에서 1/3 더 들고 농약값까지 늘어나니 죽을 지경이다.

■보 수문 열면 농업용수가 부족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함안보 주변에 있는 남지 길곡 월령 등 700~800여 농가 입장에서는 솔직히 보가 없는 게 농사짓기에 좋다. 그렇지만 나라에서 큰 돈 들여서 지었는데 부수는 건 아깝지 않나. 또 함안보 상류 지역 일부 고지대 농민들은 함안보 담수로 취수가 편해졌다고 한다.

■그럼 대안은 뭔가.

침수로 인한 함안보 주변 농민들 피해액을 대충 따져봐도 연간 100억 정도 된다고 본다. 그 돈의 1/10만 써도 상류 농민들 농업용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니 농사에 피해가 없도록 평소에는 함안보 물을 빼고 필요할 때만 물을 담는 식으로 해야 한다.

[남준기 기자의 환경 현장 리포트 연재기사]

경남 창녕 남지읍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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