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은 경북 군위군 화산마을 이장
"친환경 자연치유 마을모델 만들겠다"
마을경관규약 제정·실천
자연경관 소득으로 연결
"부모의 피땀과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있는 삶의 터전인 화산마을을 잘 보존하고 가꿔온 보람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환경을 주민들의 소득으로 연결시켜 전국 최고의 친환경 자연치유마을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 4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이종은(61·사진) 이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행복만들기 경연대회에 참가해 금상을 받은 기쁨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며 새로운 다짐을 했다.
이종은 이장은 유년기를 화산마을에서 보내고 공부와 생계를 위해 대구와 서울에서 살다 지난 2014년 귀향했다. 그는 당시 노모를 모시고 도시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며 한가로운 전원생활을 계획했다.
그러나 고향마을과 주민들은 그를 그냥 쉬게 두지 않았다. 지난 1월 이장직을 맡겨 마을을 마구잡이식 개발과 훼손으로부터 막아내고 아름다운 마을경관을 지속가능하게 보존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전국 경연대회 금상 수상은 화산마을이 생긴 후 최대 경사다. 지난 5월 군위군의 출전 제안을 받고 주민 25명이 팀을 꾸렸다. 어린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가 고르게 참여했다. 이종은 이장은 "대회참가를 결정하고 마을회관에서 4개월동안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강훈련을 했다"며 "일부 주민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정은 더욱 끈끈해졌고 협동심과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예선전 격인 경북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데 이어 전국대회에서도 '경관과 환경' 분야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상금 3000만원도 부상으로 받았다.
화산마을팀은 1960년대 초반 산지 개간정책으로 집단이주해 미국원조 옥수수죽와 초근목피로 생명을 이어가며 불모지를 개간한 고난을 극복하고 주민공동체의 화합으로 경관을 보존해 인구와 주민소득이 늘어나는 아름다운 마을로 만든 과정을 노래와 몸짓으로 표현했다. 퍼포먼스의 주제곡은 비틀즈의 팝송 'Let it be'(그대로 내버려 둬)의 가사를 개사해 마을역사의 애환과 미래계획을 담아냈다. "아무 것도 없는 이곳 도망갈 수도 없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퍼포먼스는 화산마을 60년 개척사의 눈물 좌절 외로움 슬픔 배고픔을 이겨내고 오직 괭이 삽 그리고 두 손만으로 일궈내 마침내 불모지를 웃음·희망· 행복·기쁨이 넘치는 보물창고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대회 참가목표를 1등에 두지 않았다"며 "참가를 결정하고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얻는 소통과 화합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추진했는데 다행히 결과도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상의 비결을 평소 주민과의 소통에서 찾았다. 이종은 이장은 "무엇보다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공동급식 밥상머리 주민회의'가 마을의 화합과 경쟁력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라고 소개했다.
'함께하는 마을 밥상'은 화산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다. 주민들이 3명씩 4개 조를 꾸려 마을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점심과 저녁상에 올린다. 외부 지원 없이 주민들 손으로 차려낸 밥상이다.
이종은 이장은 "이번 수상은 우리마을은 우리가 지키자는 결의를 한번 더 다짐하게 하는 계기일 뿐"이라며 "마을이 훼손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주민 스스로 경관협약을 지키고 실천해 심신을 치유하는 마을로 지속발전시키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