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가을축제, 안타깝지만 내년에…
돼지열병 확산, 지역축제 줄줄이 취소
관중 몰리는 스포츠경기도 타격 우려
가을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울상이다. 양돈 농가가 많은 지역 지자체들은 물론 축산농가가 한 곳도 없는 지역까지 줄줄이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축제 취소·연기 결정은 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인천 지역과 인접 지역은 물론 멀리 경북·울산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인천은 아예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접는 분위기다. 인천 부평구는 고심 끝에 27~29일 열기로 했던 풍물대축제를 포기했다. 부평에는 돼지사육 농가가 한 곳도 없지만 인근 강화까지 번진 돼지열병이 다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고 경제적 이익을 포기했다. 인천 남동구가 28일부터 열려고 했던 소래포구축제도 마찬가지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 특성상 혹시 모를 질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축제가 아니어도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인천 계양구는 24일 민방위훈련을 취소했고, 인천시는 다음달 12일 열릴 인천시민의날 행사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와 태풍으로 인해 의기소침해 있는 시민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시민의날 행사를 의미 있게 준비하려 했다"며 "하지만 돼지열병이 확산돼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강행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지자체들도 고심 끝에 가을축제를 취소·연기하고 있다. 경기도와 한국도자재단은 오는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여주·이천·광주에서 개최하려던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행사를 취소했다.
도자재단 관계자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여서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추진하려 했으나 이천시장이 도지사에게 행사 취소를 호소해 결국 취소하기로 결정됐다"며 "안타깝지만 행사 취소에 따른 환불 등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자재단은 일단 온·오프라인을 통해 사전 판매된 입장권 12만장(8000원)은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또 음악회 공연 등 각종 행사에 대해서는 계약 내용을 살펴보고 법률자문을 거쳐 해당 업체에 취소 수수료나 위약금 등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 광주시도 오는 27~29일 열기로 한 '광주남한산성문화제'를 취소했다. 광주시에는 양돈 농가가 단 1곳(600여마리 사육)에 불과해 축제를 강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웃 지자체인 이천이나 용인으로 돼지열병이 확산되면 안된다고 판단, 취소를 결정했다.
돼지열병 확산 공포는 인천·경기를 넘어 전국으로 퍼졌다. 28~29일 개최 예정이던 경북 문경시 약돌한우축제, 다음달 3~6일 열릴 예정이던 울산 봉계한우불고기축제, 그리고 다음달 4~9일 열기로 했던 경남 진주 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전격 취소됐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를 모두 취소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각종 스포츠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실제 인천시는 한껏 물이 오른 프로야구 경기를 그대로 둬도 되는지 고심하고 있다. 프로축구 등 많은 관중이 모이는 경기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 홈경기의 경우 많으면 관중이 수천명씩 모이는데다 상대 팀 응원단도 참여하기 때문에 (돼지열병)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다"며 "돼지열병이 잦아들지 않으면 무관중 경기를 치르거나 경기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