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휴대용 금속탐지기 '검사'는 봐주고 '변호사'만 적용

2019-11-05 11:25:24 게재

대법원 보안강화 예외규정 삭제

변협 "위험사례 없어, 시대역행"

최근 수원고등법원 등 일선 법원이 변호사와 법무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강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변호사에 대한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몸수색이 시행되자 변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 변호사)는 5일 "법원은 변호사에 대한 검문검색을 최소화하고 변호사 변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와는 달리 검사는 보안검색 강화 대상에서 제외돼 변호사들의 비판이 거세다.

일선 법원들이 변호사에 대한 보안강화 방침을 밝히자 대한변협은 5일 "법치주의 구현에 역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대법원에서 열린 변협-대법원장 '사법제도 개선 간담회' 사진 대한변협 제공


◆난데없는 보안검색 강화에 변호사 '반발' = 법원 출입시 보안검색 근거규정은 대법원 내규인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다. 대법원은 지난 9월 20일 위 내규에서 '변호사 및 법무사 검색 예외 규정'을 삭제했다. 개정 전 위 내규는 "소송대리인, 기타 보안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사람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배지, 신분증 등)를 제시한 경우 검색대를 이용한 검색만 하고 가방 등 휴대품 검색은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규정을 최근 삭제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4일 "내규를 일부 개정해 9월 2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일선 법원에 업무 매뉴얼과 함께 내려주면서 각급 법원 사정에 맞게 운용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원고등법원이 10월 말경부터 변호사에 대해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사용하자 변호사들이 반발했다. 자칫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 변협 주장이다. 변협은 "변호사 조력을 받아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본질적인 기본권으로 변호사 변호권이 이와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음은 명백하다"며 "법원이 변호사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해 변론권을 위축시키는 것은 변호사 조력을 받아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강정규 변호사)는 1일 "변호사는 소송대리인 또는 변호인으로서 사법체계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법관·검사와 함께 법정을 구성하는 요체"라며 "변호사에게 신체 수색을 과도하게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5일 "시간에 촉박한 변호사가 오해를 받아 법정에 자유롭게 진입하지 못해 피고인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소지가 있고, 변호사가 법정 출입부터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법정소란, 보고 사례 없어 = 수원고등법원 등은 지난달 말부터 변호사에 대해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변협 등이 항의해 금속탐지기 사용을 잠시 중단한 상태지만, 곧 사용을 재개할 방침이다. 수원고등법원 관계자는 4일 "변호사들도 신분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며 "법원행정처 매뉴얼에 따라 법원 검색을 강화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법도 4일부터 변호사에 대해 보안강화방침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지법관계자는 "변호사에게도 휴대용 금속탐지기를 사용하는 등의 대법원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변호사에 대해 보안강화가 이뤄진 배경을 묻자 수원고등법원 관계자는 "법정이나 법원 내의 위험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변호사에 의한 (법정에서의) 폭력행위 사례가 있어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한다"며 "그런 (변호사에 의한 폭력) 사례들이 기재돼 있었고 그에 대해 (보안강화가) 필요하다는 법원 판단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법정소란을 일으킨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고, 특별히 보고된 예도 발견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폭력행위 등이 있었는지 여부는) 각급 법원에서만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변호인 변론권 강화'에 역행 = 개정된 대법원 내규는 "보안검색은 임산부를 제외한 청사 출입 모든 인원에 대해 검색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법원 청사를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내규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수원고등법원은 검사를 보안강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 법원 관계자는 "검사는 신분이 명확히 확인되고, 검사가 법정에서 폭력행위했다는 보고는 한건도 없다"며 "수원법원에서는 검사에 대한 휴대용 검색기를 사용한 검색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라 변호사는 5일 해당 내규는 '임산부를 제외한 청사 출입 모든 출입인원'에 대해 투시기 등을 활용해 보안검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형사공판에 참석하는 검사도 내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법협은 "법원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에게 신체 수색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인데, 변호사에게 신체 수색을 과도하게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검찰은 참고인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조사 참여권을 대폭 확대하는 등 변호인 변론권을 강화해 국민의 인권보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법원은 오히려 변호사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해 법치주의 구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헌·위법한 내규가 수정되고 변호사에 대한 검문검색이 최소화되지 않는 경우 소송 등 적극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변호사 변론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열 오승완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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