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핏물 유출사고에 상수원 오염 우려
연천·파주 주민들 "물 먹어도 되나?"
농식품부 대책없이 서두르다 '사고'
경기 연천군 돼지 핏물 유출 사고 여파가 커지고 있다. 핏물이 상수원으로 유입돼 먹는 물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방역당국의 부실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일신문 11월 12일자 6면 참조>
침출수 유출로 인한 상수원 오염이 가장 큰 문제다. 연천군에 따르면 유출된 마거천의 1㎞ 하류는 연천군 주민과 군인 등 7만여명에게 하루 5만톤의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2.8㎢)이다. 연천군이 사고발생 후 이틀 동안 물길을 막고 펌핑 작업을 통해 하천으로 유입된 돼지 핏물 등 침출수를 걷어 올리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천군 맑은물관리사업소가 11일 하천 물을 떠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했지만 결과는 4~5일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한강유역환경청도 재차 수질검사를 의뢰했지만 결과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이 수돗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수질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꺼림직해서 수돗물을 먹을 수 있겠느냐"며 "방역당국도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파주시는 일찌감치 상수원을 바꾸는 비상조치를 내렸다. 파주시는 12일 오전 10시부터 금파취수장 취수를 중단했다. 연천군에서 발생한 침출수 일부가 13일 임진강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파주 북부지역에 공급되는 상수원을 팔당 광역상수도로 대체해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또 운정·교하·조리·금촌을 제외한 파주 북부지역 마을방송과 아파트방송 등을 통해 이 같은 조치상황을 전파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인근 연천군 매몰지역 침출수 유출로 파주시 상수원의 오염을 걱정하시는 주민들이 많다"며 "즉시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하고 팔당 광역상수도로 대체 공급하고 있으니 파주시의 수돗물은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심품부는 상수원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몰지와 상수원보호구역은 직선거리 약 6㎞, 물길로는 약 16㎞ 떨어져 있어 상수원에 영향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하지만 수질관리차원에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살처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천군은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돼지 16만 마리에 대한 우선수매와 함께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해왔다. 연천군은 살처분한 돼지 사체를 이동형 소각기를 이용해 고온 처리하는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해왔다. 매몰 방식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2010년 구제역 사태를 겪은 탓에 매몰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때문에 연천군은 매몰에 필요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전에 마련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가 9일 "살처분을 서두르라"고 종용하자 연천군은 매몰 방식으로 전환했고, 결국 이번 사고로까지 이어졌다.
한편 10∼11일 연천군이 마지막 남은 돼지 살처분을 진행하면서 매몰 처리에 쓸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제작이 늦어지자 4만7000여 마리 돼지 사체를 중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군부대 내 매몰지에 트럭에 실은 채가 쌓아뒀다. 그러나 10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돼지 사체에서 핏물이 빗물과 함께 새어 나와 인근 하천을 붉게 물들이는 등 침출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