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면 지역아동센터로 등교
선생님 만나는 '또다른 집'
"얘들아 여기는 너무 좁잖니. 저쪽으로 옮겨갈까?" "선생님~ 밖에 나가면 안돼요?" "숙제 다 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행복발전소 2층. 간식을 '해치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부엌 입구에서 블록을 쌓아 큰 대문을 만들더니 오수진 센터장에 '딱 걸렸다'. 오 센터장이 아이들 성화에 못 이긴 듯 '블록 대문' 한쪽을 들고 움직이자 너도나도 나머지 부분을 함께 옮긴다. 학교가 끝난 시간 노원구립 수락지역아동센터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을 학교 안에서 돌보는 초등돌봄교실이 있다면 학교 밖에는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당초 우선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지금은 맞벌이 부부 자녀까지 이용 폭이 확대됐다. 공부와 놀이 신체활동을 하고 간식에 저녁식사까지 해결하는 센터는 아이들에게는 또하나의 집이다. 센터를 지키는 교사 역시 부모나 매한가지다.
"방과후교실이나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어요. 처음에는 몇몇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기네 없는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고 자랑하니까 샘이 났는지 다들 그만뒀어요."
수락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2~6학년 20명. 대기자는 3배 가까운 60명이다. 6학년이 졸업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유가 없다. 기본적인 보살핌에 더해 아이들이 최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공모사업을 뒤진 덕분이다.
저학년 미술과 책읽기 숲체험, 고학년 중국어와 경제놀이터 체육 등 1주일 단위로 빼곡한 프로그램은 모두 기업과 공공기관 '협찬 사업'이다. 2·3학년 아이들이 기다리는 22~23일 서울여행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생활복지사와 주 3회 출근하는 아동복지사 외에 매일 3명씩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학습·놀이 지도를 하고 구 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인력 2명이 간식과 저녁식사 준비를 돕는다.
고학년 아이들은 매달 한차례 자체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웃음꽃대회'라고 이름도 붙였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아이들이 맡아 리더십과 협동심을 키우고 있다. 한달에 한번 배꼽 잡고 웃는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결석도 않는단다. 한민환(44·상계1동) 학부모대표는 "집처럼 편안하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주는 곳"이라며 "세심하게 신경을 써줘서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알고 보니 센터장 재량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내용이 달라지더라"며 "공공에서 좀더 지원, 아이들이 시설과 무관하게 고른 서비스를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436개 지역아동센터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을 확대, 초등 틈새보육을 메워주는 우리동네키움센터와 상생·협력하도록 할 계획이다. 오수진 센터장은 "학교에서 새벽·야간돌봄을 지원하듯 지역아동센터 인력을 충원, 탄력근무를 통해 8시까지 운영하면 부모들이 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취약계층·일반가정처럼 이용 대상이 아니라 이용 시간대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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