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서울이 함께 키운다 | ③초등돌봄은 '우리동네 키움센터'

엄마·아빠 아이도 '삶이 달라지는 공간'

2019-12-04 11:21:08 게재

양육자·아동 호응에 올해 목표 초과달성 … "내년엔 실질적 정책효과 체험"

"무슨 일 있어도 아이돌봄 문제만큼은 해결" 박원순 '가장 뜻깊은 사업' 꼽아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시계를 보면서 마음을 졸였어요. 시간에 맞춰 방과후나 학원을 보내야 했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둔 하춘희씨 삶이 확 달라졌다. 하씨는 "요즘은 퇴근할 때까지 편안히 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곧 유치원을 졸업,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아이를 둔 이찬희씨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말끔히 사라졌다. 이씨는 "유치원·어린이집과 달리 초등학교는 1시에 끝난대서 깜짝 놀랐다"며 "아이 친구 엄마들은 내년에 육아휴직을 결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이 하교시간에 맞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맞벌이 부모들을 보다 여유롭게 만든 건 '우리동네 키움센터'다. 아이들은 친구와 어울리며 외로움을 덜고 부모는 안전한 돌봄공간에 마음을 놓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 호응에 힘입어 키움센터는 출범 1년만에 목표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리동네 키움센터 동북권 워크숍에 참석해 키움센터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어린이는 "키움센터가 전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용 소감과 희망사항을 밝혀 참석자들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보호자 만족도 95.7% = 맞벌이 가정이 늘고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가족구성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그간 공공에서는 어린이집으로 대표되는 영유아 중심 양육서비스에만 집중했다. 서울시는 초등학생에 대한 공적 돌봄에 주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8.4%)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 현실(13.9%)이 여성의 경력단절과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0.98명)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틈새 없는 초등 돌봄체계' 핵심은 '우리동네 키움센터'다. 맞벌이 부모를 비롯해 양육자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이자 학교가 끝난 뒤 갈 곳이 없어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에 친구와 놀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키움센터 출범 1년을 기념해 권역별 워크숍을 열고 초등돌봄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30일 노원구 상계동 동일초등학교에서 열린 동북권 워크숍이 시작이다. 동대문 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 6개 자치구 키움센터 이용 아동과 양육자, 돌봄교사, 시민협력자인 우리동네키움참여단 등 200여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우리동네 키움센터, 잘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아동 298명과 보호자 212명이 응답했는데 부모들은 키움센터를 이용하면서 '직장(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34%)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퇴근에 대한 조급함이 줄었다'(14.2%)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절반 가까운 수준(48.2%)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당초 목표가 들어맞은 셈이다. '급할 때 아이 맡길 곳이 있어 안심된다'(19.8%)는 의견도 많다. 키움센터 이용 만족도는 95.7%에 달한다.

아이들은 열명 중 8명 이상(83.2%)이 '학원보다 키움센터에 있는 시간이 좋다'고 답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줄고 대신 친구들과 같이 있어서'(35.9%), '재밌게 뛰어놓고 체험할 수 있어서'(17.1%)다. '학원에 안다니거나 덜 다녀서'(10.7%) '심심할 틈이 없어'(10.1%) '부모님 잔소리·간섭이 줄어서'(8.4%)도 있다. 그만큼 아이들은 키움센터에 '될 수 있는 한 오래'(34.9%), '3~4시간'(29.5%) 머무르고 싶어한다.

중학교 1학년인 윤주영 서울시 아동명예시장은 워크숍에서 키움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동생들에 대한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까지 4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있을 공간이 없어서 곤란했다"며 "돌봄교실은 미리 신청해야 이용할 수 있고 도서관에서는 친구들과 떠들거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북·관악 키움센터는 언제나? = 이용자들 호응에 힘입어 키움센터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8년 노원 도봉 마포 성북에서 각 한곳씩 4개로 출발했는데 1년만에 103개 설치가 확정됐다. 올해 신규 목표가 94곳인데 벌써 5곳을 더 확보한 셈이다.

서울시는 내년에 120곳을 추가하는 등 2022년까지 총 4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동별로 한곳씩, 집과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 강지현 시 아이돌봄담당관은 "12월 말까지 최소 70곳 이상이 개소해 운영을 시작한다"며 "내년이면 시민들이 실질적인 정책효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별 편차를 조율하는 일은 숙제로 남아 있다. 노원구의 경우 공무원들이 양육자와 아동 요구에 발 빠르게 움직여 일반형 21곳과 융합형 1곳이 확정됐고 서울시에서 핀란드 아난딸로를 본뜬 첫 거점시설도 노원구에 마련하기로 했다. 아난딸로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청소년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이다. 반면 강북구와 관악구는 운영은커녕 개소가 확정된 곳도 없다. 같은 서울에 사는데 두 지역 주민이라는 이유로 보편적 초등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자치구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기존 돌봄시설과 갈등도 있을 수 있다"며 "공무원들이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한다면 충분히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센터 내용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시는 동북권을 시작으로 서남 서북·도심 동남까지 권역별 워크숍을 열고 서울형 돌봄을 지역단위로 살펴보고 방과후 초등돌봄에 대한 정책제안을 듣는다. 서울시와 자치구 돌봄정책과 프로젝트 기반 배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키움소통함을 설치, 시민들 건의사항과 민원을 현장에서 접수하고 토론결과 더해 키움센터 운영에 반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키움센터와 온마을 돌봄체계를 '가장 기억에 남을 뜻깊은 사업'으로 꼽으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돌봄공백은 여성과 가족들 삶의 해체를 초래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돌봄문제만큼은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큰 호응과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단순한 보호를 넘어 아이들 창의성을 키워 21세기에 걸맞은 최고 인재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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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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