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에코사이드
'생태학살'에 맞선 세계시민들
"이 모든 것은 글리포세이트를 둘러싼 일들이 석면에 관련한 그것보다 한층 더 높은 강도, 높은 수위의 엄청난 보건 스캔들임을 알리고 있다. 석면과 달리 글리포세이트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물, 흙, 공기와 빗속에.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 속에. 지구촌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시민들, 특히 유럽인들은 그 속에 흠뻑 젖어서 산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시민들의 건강과 생태계를 파괴하며 몬산토와 그 일당들의 이윤을 우선시하는 공공 기관들의 명백한 타락에 맞서, 시민사회는 그들의 힘을 조직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과 역할을 담당해내고 있다. (중략) 그 사이, 2017년 4월 18일 몬산토 국제법정의 판사들은 그들의 판결문을 공개했다. 그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생태학살이라는 범죄가 국제법을 통해 인정된다면, 글리포세이트를 그 범죄의 도구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태학살자, 몬산토와 글리포세이트에 맞선 세계 시민들의 법정투쟁 르포르타주'를 부제로 한 '에코사이드(ecocide)'의 일부다. 에코사이드는 인간 동물 자연환경 등 지구의 생명을 대규모로 파괴, 학살하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로 '생태학살'로 번역된다. 이 책은 거대 기업에 맞서 땅과 먹을거리,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세계 시민들의 연대를 다룬다.
글리포세이트의 위험
우리의 땅과 먹을거리에도 화학물질과 유전자조작에 의한 생태환경 파괴, 나아가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여러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통렬하게 고발했던 베스트셀러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의 저자 마니-모니크 로뱅의 새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지난 10년 동안 심화된 위기를 여러 과학적 근거를 들어 폭로한다. 동시에 이런 상황을 야기한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강대국 정부와 몬산토 등 초대형 다국적 기업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과학자 등 기득권 동맹에 맞서 싸우는 전세계 농민 노동자 과학자 의사 법률가 활동가 등 시민 연대의 투쟁을 기록했다.
이 책은 지구에서 해마다 80만톤 뿌려지는 제초제를 구성하는 글리포세이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세계 최대 제초제 회사 몬산토가 '라운드업'이라는 이름으로 특허권을 소유한 이 물질은, 땅 물 공기 일상용품 음식물에 퍼져 동식물과 인간에게 피해를 야기했다. 시판 이후 40년이 지난 2015년 WHO 국제암연구센터에서 발암 물질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과학적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몬산토 국제법정에 모인 사람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가 위치한 헤이그에 사람들이 모였다. 증인 24명, 재판관 5명, 청중 400여명이 그들이다.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농화학 기업 몬산토와 글리포세이트를 화두로 '생태학살'을 국제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요구하고자 '인체 건강' '땅과 식물' '동물' 등 3가지 주제를 내걸고 시민 법정인 '몬산토 국제법정'을 진행했다. 저자는 몬산토 국제법정의 기획에 참여, 행사의 준비와 조직부터 함께했다. 당시 북미 유럽 남미 아시아를 누비며 만난 이들의 삶과 투쟁 활동을 바탕으로 쓴 르포르타주가 이 책이다.
전세계 농업 시장을 장악한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 재배와 소비가 미국 남미 유럽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되는 과정에서 전세계 농업 시장을 장악한다. 글리포세이트 제초제는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맞춤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독성 제초제는 세계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의 등장과 이로 인한 더욱 강력한 제초제의 사용, 작업자들에게 발생하는 신장질환 비호지킨림프종 자폐증 암 희귀질환, 제초제 섭취 동식물의 각종 영양 결핍과 기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와 유럽연합은 '공개되지 않은' '기업 제공 평가 자료'에만 근거해 글리포세이트 사용 허가를 갱신해 왔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적인 방식'으로 자료를 조작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이에 동조해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생태학살은 평화에 반하는 범죄"
그러나 전세계의 시민들은 이를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임신 중 글리토세이트에 중독돼 태어난 테오와 마르티나의 기형에 분노해 사빈 그라탈루와 마리아 리스 로블레도가 나섰다. 아르헨티나 의사들도 민중과의 연대를 추구했다. 어떤 이는 미국 정보법을 이용해 몬산토의 비밀 서류들을 찾아냈다. 스리랑카의 승려 아래서리 라타나 테로와 의학자 샤나 자야수마나는 국가 차원에서 최초로 글리포세이트를 금지시켰다.
이 책에 따르면 이런 노력 끝에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후 2년여가 지나 몬산토는 바이엘과 합병했는데 몬산토의 생태학살 행위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학살은 평화에 반하는 범죄"라고 말했으며 몬산토가 그동안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업계 과학자들에게 벌인 로비는 '몬산토 파일'이라는 이름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자가 시작한, 자기 몸속 글리포세이트를 측정하고 공개함으로써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화학물질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인 '자발적 오줌싸개들' 캠페인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