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참고인 구분어려운 출석요구서 논란 낳아

2020-01-29 11:42:59 게재

출석요구서, 검찰사건사무규칙 별지 양식과 달라

검찰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 모를리 없어"

검찰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낸 출석요구서가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2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최 비서관이 공개한 세 번의 출석요구서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상 피의자에게 보내는 양식이나 참고인에게 보내는 양식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수사 객체를 오해할 여지가 있도록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최강욱 비서관이 공개한 출석요구서(왼쪽)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2조 별표의 피의자출석요구서(중간)나 참고인출석요구서와 차이가 있다. 피의자출석요구서에는 '귀하에 대한 피의사건'이라는 문구가 있고, 참고인출석요구서는 '참고인'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 비서관이 공개한 출석요구서에는 피의사건이라는 문구가 없다. 사진 최강욱 비서관·국가법령정보센터


◆"검찰사무규칙 지켰으면 오해없어" = 최 비서관은 지난 23일 검찰을 비판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를 반복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인권보호수사규칙 제57조 4항은 "참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더라도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또는 출석하지 않으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할 수 있다거나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강압적 방법으로 출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2017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시절의 최 비서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 비서관이 공개한 출석요구서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출석요구 당시 자신은 입건되지 않은 참고인 신분이어서, 위 문구로 출석을 강제하는 것은 강압적 방법으로 출석을 강요한 것에 해당돼 인권보호수사규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검찰은 "최 비서관은 출석요구 당시 수사사건으로 수리된 피의자"라며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피의자들에게 보낸 문서를 그대로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천 변호사는 "검찰이 최 비서관에게 보낸 세차례 출석요구서는 검찰사건사무규칙 별지 양식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2조의 별지 제16호 서식에 따르면,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서에는 피의사건이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다. 출석요구서 자체에 피의자라는 신분이 나타나 있다. 최 비서관이 공개한 출석요구서에는 피의사건이라는 문구가 없다.

그는 "검찰이 별표 서식을 정확히 사용했다면 애초부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최 비서관이 변호사이기 전에 국민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을 기준으로 혼동할 여지 없이 양식을 준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석요구서에 피의자임을 명백히 밝혔어야" = 인권보호수사규칙 위배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 비서관이 피의자였는지가 중요하다.

최 비서관은 "출석요구서에는 모두 검찰이 입건되지 않은 사건에 부여하는 '수제' 번호가 기재돼 있을 뿐, 입건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형제' 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자신이 피의자임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입건돼 '형제'번호를 받지 않고 수사가 개시돼 '수제' 번호를 받더라도 피의자 신분"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정식 입건 전이라고 해도 수사를 개시할 필요가 있는 사건은 수사사건으로 수리돼 '수제' 번호를 부여받고,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받는 등 피의자를 출석시켜 조사하는 등의 행위를 한 때에는 입건돼 '형제' 번호를 받는다.

대법원 판례는 입건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개시한 때부터 피의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검찰 주장대로 최 비서관은 수사를 개시해 '수제' 번호를 받은 순간부터 피의자 신분이다. 하지만 검찰은 출석요구서에 이를 명확히해 당사자에게 알려야 함에도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애매한 표현으로 보냈다.

천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수사정도와 진행경과를 보고 형제사건으로 하려고 했다면, 더 명백하게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를 밝혔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자신이 피의자로 전환된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취재 결과 최 비서관 말은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최 비서관에게 11월에 여러차례 출석통보를 위해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최 비서관은 "바빠서 나오기 어렵다"는 답을 남겼을 뿐, 제대로 된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최 비서관과 통화과정에서 피의자라는 용어를 쓴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피의자에게 피의자라고 알려주고 수사하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안성열 장병호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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