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잔혹성' 예방과 대책이 중요

"사회적 배경부터 진단하고 대응"

2020-02-03 11:21:07 게재

촉법소년 연령 하향 국회 문턱 못 넘어 … 실행력 높은 부처 융합형 예방책 절실

10대 청소년 범죄 잔혹성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교육계는 신학기를 앞두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별 교원 단체와 경찰, 학교는 지난달 말 학교폭력 대책회의의 실효성을 진단했다. 폭력 사건이 신학기에 많이 터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일정 주기로 전국을 강타하는 강력범죄는 '5년 주기설'에서 '3년 주기설'로 앞당겨졌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증언이다. 소년범죄의 특징은 학생과 '학교밖청소년'이 함께 엮여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처벌을 비웃기라도 하듯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달 18일 경남 김해에서 중학생 무리가 또래 여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구리시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경찰은 여아를 긴급체포했지만,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06년생 폭행'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수원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광주의 한 원룸에서는 동급생을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촉법소년이거나 미성년자에 해당된다. 지난해 인천 한 주택에서 13살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가해자가 검거 됐지만 소년범으로 분류됐다. 이른바 서울 '관악산 집단폭행'도 청소년 10여명이 여고생을 집단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해자는 대부분 촉법소년이거나 미성년자로 불구속 재판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실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총 2만8024명에 달한다. 촉법소년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예방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15일 교육부도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기본대책'을 발표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학교폭력을 예방·대응하는 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특히 중대한 학교폭력에는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게 '4차 학폭예방계획' 핵심이다. 교육부는 설문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2017년 2.1%에서 2018년 2.8%, 2019년 3.6%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연령하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됐다. 법무부는 2018년 12월 '제1차(2019∼2023년) 소년비행예방 기본계획'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2018년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가 20만명을 넘자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형사미성년자 (상한) 연령을 13살 미만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시도했지만 법 개정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검거된 범죄소년은 총 37만4482명에 달한다. 이중 살인·강도·절도·폭력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1만7004명으로, 전체의 57.9%를 차지한다.

사건이 터지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관련 청원이 올라온다.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도 8차례나 된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 83.6%가 '소년법 개정·폐지' 의견을 제기했다. 잔혹성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움직임이 일자 2018년 12월부터 '엄벌주의'에 제동을 걸었다. 대신 소년범 재범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체 소년범죄 가운데 만 16~18세 소년범의 비율은 평균 20%대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 소년범(촉법소년)의 비율은 2010년 이후 1%를 넘지 않는다는 게 국가인권위원회 설명이다. 따라서 엄벌주의보다 사회가 사전 예방대책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사회부총리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경찰청 여성청소년 담당은 "소년범죄 사건 80%는 '학교밖청소년'아이들"이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과 여성가족부, 지자체가 공동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대응 체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위한 예방정책이 분절돼 있고 시도교육감 관심에 따라 널뛰기 한다"고 꼬집었다.

경남교육청 소속 학교폭력 담당자는 "소년범죄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터지면 정부가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 '강력처벌' 뿐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낮고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소년범죄에 노출된 학생 청소년들의 사회적 배경을 짚어보고 실행력이 높은 교육적 차원에서 예방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