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것이 변수다 | ⑦ 공천

지역구 '공정한 물갈이'·비례대표 '민주 절차' 경쟁

2020-02-13 11:07:51 게재

민주, '인위적 물갈이'보다 '시스템 공천의 안정' 택해

한국, 중진험지출마·컷오프로 '개혁' 이미지 선점 시도

전략공천 차단된 비례대표 공천, 논란 커질 가능성

총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마다 경선에 들어갈 채비에 정신이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정하면서도 현역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공천파동'을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행보도 보인다. 비례대표 후보를 '민주적 절차'로 뽑아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주와 다음주 사이에 경선 지역구의 후보자들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다음주 20일정도부터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할 전망이다. 원혜영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예비후보 면접, 종합심사를 통해 경선지역을 먼저발표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번주말부터 경선지역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선은 20일을 넘어서면서 시작할 전망이다. 경선은 권리당원투표 50%, 국민경선 50%로 진행한다.

자유한국당 공천 신청자 면접 | 자유한국당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민주당 물갈이 폭 적을 듯 = 민주당의 고심은 '물갈이폭'이다. 이해찬 당대표의 '컷오프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컷오프는 없다'와 '모든 현역 경선 원칙'이 현역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선출직평가를 통해 하위 20% 명단을 확정했으며 이들에 대해 경선득표율의 20% 감점을 예고해놨지만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위 20%를 공개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현역의원의 저항과 탈당 등 공천파동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현역교체'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성, 청년, 신인 등 다양한 혜택 중 가장 높은 가점비율을 적용해도 조직력이 막강한 현역 의원의 득표율에 근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현직 청와대 출신들에게 후보자 이력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대통령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청와대 경력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현역 의원들의 강력한 도전자인 '문재인 청와대 출신'의 날개를 꺾어버린 규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을 대표경력에 올려 경선에 참여하면 득표율이 10~20%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위적인 물갈이'보다는 '시스템 경선에 의한 안정'을 택한 민주당은 '공천파동'은 피할 수 있겠지만 '개혁'을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빠찬스' 논란을 빚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부위원장, 부동산투기 의혹의 김의겸 전 대변인, 미투 혐의를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해 스스로 그만두거나 부적격 판정을 내려 경선에 나서지 못하게 한 것은 최소한의 개혁이미지를 지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보수통합 공천, 양날의 칼 = 한국당 등 보수통합진영은 대규모 컷오프(공천배제)·중진의 험지출마로 '개혁공천' 여론몰이를 보여주겠다는 복안이다. 벌써부터 30%이상 현역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등 물갈이 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교안 당대표가 여당에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는 종로지역구에 출마한데 이어 중진들의 험지출마 역시 '개혁'으로 읽힐 수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의 수도권 출마설이 계속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의 출마지역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전진당 등 다양한 세력의 규합이후 공천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천심사는 진행하고 있지만 컷오프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대규모 물갈이가 오히려 공천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례대표 공천, 최대 관심사 = 비례대표 공천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다. 공직선거법 개정과정에서 '비례대표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출' 규정과 함께 세부적인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정당에 비상이 걸렸다.

당헌 당규를 고치고 비례대표를 민주적으로 뽑기 위해 '당원·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를 통해 선출하되 선거인단의 투표가 실질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대표나 최고위원회의에 의한 전략공천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비례대표에 나서려는 사람들의 경쟁구도가 불가피해 보인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많은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를 대거 낼 계획이어서 후보등록 이전부터 '절차의 민주성' 뿐만 아니라 '결정된 후보와 순번'의 적정성을 놓고 다양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래한국당 등 한국당의 비례투표용 위성정당의 후보추천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수정당 역시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꼼꼼이 따져보겠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계획이다. 중앙선관위는 "제대로된 절차와 증빙서류가 없을 경우 후보등록을 모두 무효화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21대 4.15총선, 이것이 변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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