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것이 변수다 | ⑨ 진보진영 4연승 도전
'대통령임기중반 총선' 20여년(1997년이후) '정권심판' 승리
유권자, 오만·무능 정부로 판단하면 권력 바꿔
3대 전국선거 승리 후 4.15 총선 이기면 '새 역사'
유권자들이 진보진영에 다시 한번 전국선거 승리를 안겨줄지 관심이다. 진보진영이 4.15 총선에 승리하면 민주화운동과 지방선거 이후 전국선거에서 처음으로 4연속 승리를 얻게 된다. 1997년 이후 20여년동안 대통령 임기 2년차 이후에 치른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이겨낸 진영은 없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어낸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10년 동안 대선과 총선은 보수진영 독차지였다. 이 줄을 끊은 게 97년 대선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국선거에서 처음으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 이기는 기록을 남겼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한 이후 3대 전국선거인 지방선거-총선-대선을 한 진영에서 모두 이긴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1회 지방선거와 2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5년과 1998년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진보진영은 대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199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등을 확보하며 박빙속 우세를 보였지만 2000년 133석을 얻은 한나라당의 총선승리가도를 막지 못했다.
2002년 진보진영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보수진영의 기세을 돌려세웠지만 같은 해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광역시도에서 11곳을 빼앗기며 완패했다.
보수진영은 2006년 지방선거-2007년 대선-2008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사이클링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곧이어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며 막아섰다.
2012년엔 다시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이 무려 152석을 얻으며 4년전의 153석에 버금가는 압도적 승리로 진보진영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보수-진보진영 각각 1차례 사이클링 기록 = 진보진영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빙속 우세를 보이더니 2016년 총선(민주당, 123석), 2017년 대선(문재인 대통령),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진보진영의 첫 사이클링을 만들어냈다.
4.15총선의 관전포인트는 유권자들이 어느 진영에도 주지 않은 새로운 길을 진보진영에게 던져줄 것이냐다. 4년 동안 3차례 전국선거를 통해 지지해준 지지의 강도를 이어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대권, 의회권력, 지방행정권력 등을 통해 오만하거나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왔다.
모 여당 의원은 "유권자들이 자기 일에 힘겹게 사느라 잘 모를 것 같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매우 현명하게 심판과 지지를 해왔다"면서 "오만한 세력에 대해서는 심판하고 다른 세력에 권한을 넘겨줬다"고 평가했다.
2016년에 친박공천, 옥새파동으로 권력욕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어 한 석 차이로 국회의장 자리를 야당에 내줬다. 일각에서는 이 총선 패배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후 박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고 곧바로 치러진 2017년 대선과 한해 뒤에 겨룬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압승을 만들어냈다.
◆2020년 유권자의 선택은 = 민주당이 연승의 늪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인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4.15 총선은 과거 4년간의 의정활동 평가가 아니라 순전히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중간평가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심사, 경선 등 관리와 앞으로 있을 법 개정-청문회 등 입법부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표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정부 후반기로 접어든 만큼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불어올 가능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속 모 예비후보는 "정권 중반을 넘었으면 당연히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민심이 싸늘해지면서 가라앉아있던 정권심판론이 부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조국사태, 울산하명수사, 부동산, 임미리 고발사건, 금태섭-김남국의 제2 조국대전 등은 정권심판론을 불러올리고 민심을 드러내게 만든 계기일 뿐"이라며 "원래부터 바닥민심은 그리 곱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6년엔 정권심판론으로 승기를 잡은 민주당이 2020년에는 정권심판론을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