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3월, 외신에 비친 대한민국

눈길 사로잡은 한국형 모델 '글로벌 표준'으로 떠올라

2020-04-07 11:22:44 게재

반신반의하다 일제히 "한국 배워라"

끝나지 않은 전쟁, 방심과 자만 금물

코로나19 위기가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세계질서마저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경은 물론이고, 대륙마저 가볍게 넘나드는 바이러스 습격에 세계는 연일 충격과 공포다. 바이러스 앞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는 무의미다. 종교나 이념도 다를 바 없다. 생존을 위한 투쟁만 있을 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처럼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지역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가장 안전한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리 내부의 평가가 아니다. 지난 한 달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북미, 중남미,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성한 곳이 없다. 중국에서 시작돼 아시아 일부 국가들에서 기승을 부릴 때 대비에 전력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던 유럽과 미국도 순식간에 당했다. 방심과 자만은 바이러스가 노리는 치명적 약점이자 빈틈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상황을 보면 그 대가는 잔인할 만큼 가혹하다.

외신기자 간담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초청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한 칸씩 띄어 앉아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국민 생명이 최우선 = 우리나라 역시 2월 중하순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직전까지는 잘 관리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조만간 승리를 선언할 분위기마저 내비쳤다.

그러다가 신천지 집단감염으로 순식간에 상황은 역전됐다. 다시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정부 태도는 한층 신중해졌고, 국민 동참도 많아졌다. 이렇게 형성된 품격있고 질서정연한 대응은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입국제한이나 마스크 수급정책 등을 두고 국내에서 일부 논란이 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3월 한 달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방식과 모델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ABC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과 BBC, 인디펜던트, 가디언, 로이터, 디벨트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한국을 배우자'라는 기조로 다양한 분석기사와 현장 르포기사를 썼다.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창의적인 방식의 드라이브 스루 진단, 이동제한을 하지 않는 대신 철저하게 추적하는 방식, 신속한 정책결정을 통한 진단키트 준비와 양산 등 한국이 만들어낸 대응방식은 세계표준으로 평가받았다. 외신들의 보도는 세계 지도자들까지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 많은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전화통화하거나 공식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정부의 코로나대응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정부의 리더십과 의료진의 분투, 그리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이 정부수립 이래 전세계로부터 이렇게 찬사를 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유튜브 내일신문 채널에는 코로나19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응방식을 소개한 외신보도와 해외교민들의 생생한 현지반응 등이 소개돼 있다. 유튜브 사진 캡쳐


곰곰이 되짚어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떤 정치논리나 경제이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보다 앞설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협조를 요청하고, 유럽의 자존심 독일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법을 배우겠다며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일신문 유튜브 채널에도 독일 사례(https://www.youtube.com/watch?v=Fm_XQ7HHI4o)를 비롯해 다양한 나라들의 반응과 주요 외신보도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색다른 실험으로 봤는데… = 지난 2월말부터 3월말까지 외신의 비친 대한민국이 처음부터 모범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미심쩍어하고 반신반의하던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때만 해도 외신들은 주로 독특한 시도이며, 진단능력에만 주목하는 보도가 많았다. "한국의 진단능력의 속도와 범위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인상적이고 의미 있는 실험실 능력을 보여준다고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말한다." ABC(2.27)

"검사 건수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닛케이(3.2)

그러다가 코로나19 상황이 유럽과 미국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달라졌다. 수많은 나라들에서 생존을 위해 한국형모델을 연구하고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3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구체적으로 한국식 모델을 분석하고, 현장까지 취재하면서 한국형 모델을 어떻게 자국에 접목할지에 대해 주목했다.

3월 16일 벨기에 'La Libre'는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 한국 방식을 벨기에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로 한국 상황을 소개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보건위생과 시민의식은 단순한 감기증상에도 모두가 마스크를 쓸 정도이고, 여러 유형 상점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고, 가정에서도 다량의 마스크를 갖추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처럼 마스크 부족 상황을 겪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청결한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 청결하게 유지되는 무료 공중화장실의 존재도 보건위기에서 집단위생을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3월 23일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어떻게 커브를 평탄하게 만들었는가' 제목의 기사에서 4가지 교훈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대응방식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밝힌 4가지 교훈은 △빨리 개입하라,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일찍 테스트하라, 자주, 그리고 안전하게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하고 감시하라 △공적인 지원을 인식시켜라 등이다.

◆"한국이 더 안전해요" = 한국에 살고 있는 자국민을 인터뷰한 보도도 적지 않다.

3월 19일 노르웨이 매체 VG는 한국에 살고 있는 자국민 2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해외(한국)에 있는 노르웨이인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파라과이 ABC도 3월 19일 청주대에서 유학중인 대학생 인터뷰를 통해 세심한 검역체계, 마스크 착용, 자가진단앱, 위치추적 등에 대해 소개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3월 말이 되면서 한국모델이 세계표준이 됐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3월 25일자 이탈리아 'La Repubblica'는 이탈리아가 한국모델을 따라 코로나19를 둔화시킬 어플을 공개적으로 찾기 시작했고 270여개의 어플이 경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히 이 매체는 "많은 어플을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 모델은 다르다. 스마트폰이 보내는 위성 신호(GPS)와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를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만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두 개의 연구결과도 위에서 말한 한국의 방법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개의 연구결과는 Economist와 CityMapper 연구를 의미한다.

◆비판적 언론도 태도 바꿔 = 이런 측면에서 평소 한국에 대한 비난과 비판에 앞장서 왔던 산케이 신문이 한국의 대응을 모범사례로 소개한 점은 시사점이 크다. 산케이 신문은 5일 '한국 감염경로 9할 파악'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이 진단 키트를 활용해 신속하게 검사하고 감염자 이동 경로를 철저하게 조사했다고 소개했다. 산케이는 "감염자는 1만명을 넘었으나 6000명 이상이 이미 완치해 감염 확대는 눈에 보이게 둔화"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대구에서 감염이 확산할 때 감염 의심자의 자택 등이 있는 곳을 찾아간 검진팀이 이동 검진을 하는 등 공격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한국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또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화제가 되면서 각국이 도입한 사실이나 최근에는 워크 스루 검사 방식까지 도입한 것도 함께 소개했다.

진단키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산케이는 "감염 확대가 진정되지 않는 구미 각국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4∼6시간에 감염 유무를 판정할 수 있는 한국제 진단 키트"라며 "한국에 키트 등의 수출이나 지원을 요구하는 나라는 100개국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배경설명도 덧붙였다. 진단 키트 제조업체는 한국에 확진자가 1명도 없던 1월 초순부터 개발에 착수했고 당국은 1년 반 걸리는 허가 심사를 전염병 유행 시에는 2주로 단축하는 긴급사용승인제도로 지원했는데 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겪은 후 생긴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앞 다퉈 한국형 모델을 소개하고 따라 배우고 있다. 한국방식이 글로벌 표준이 됐다. 이럴 때일수록 자만과 방심을 경계해야 한다. 아직 코로나19와의 사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역시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층 높아진 국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온 우리의 노하우와 기술, 경험을 아낌없이 공유하면 공공외교 차원에서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해타산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초연결사회에서 우리 역시 다른 나라와의 관계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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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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