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랜선으로 만나는 화상회의가 주인공
코로나19 이후 사용량 수십배 폭증 … 글로벌 주도권 경쟁
줌, 보안 논란에 주춤 … 국산 리모트미팅 라인웍스 '약진'
정부 지침에 따라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화상회의는 지난 9일 초중고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화상회의는 주문형비디오(VOD) 형태 교육콘텐츠가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확대되면 사용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상회의서비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별도의 단말기에 카메라·마이크까지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였다. 시스코(Cisco) 폴리콤(Polycom) 등이 하드웨어 기반 대표적인 화상회의 서비스 회사다. 하지만 웹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급속하게 시장이 바뀌고 있다.
웹을 기반으로 화상회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 행아웃, 시스코 웹엑스(Webex) 등이다. 모두 미국 거대 IT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줌(ZOOM)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이에 맞서 국내 업체들도 최근 몇 년간 서비스 개발에 나서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인 웍스모바일이 제공하는 '라인웍스', 알서포트의 '리모트미팅' 등이다.
◆비대면 한계 화상회의로 극복 = 이들 기업들은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사태로 기회를 맞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상황이 화상회의에 대한 수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실제 화상회의 사용자는 폭증하고 있다.
웍스모바일은 코로나19 사태로 라인웍스 사용량이 급증했다고 13일 밝혔다. 라인웍스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지난달 9일 기준으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과 비교해 다자간 영상통화는 28배, 음성통화는 25배, PC화면 공유는 15배 늘었다. 도입 기업 수도 올해 3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리모트미팅도 코로나19 이후 사용량이 폭증했다.
알서포트에 따르면 리모트미팅 사용량은 4월 둘째주 기준으로 3개월 전(1월 둘째주)에 비해 회의건수는 22배, 회의시간은 33배 증가했다.
회사측은 "코로나19가 본격화 되기 전인 1·2월에 비해서는 수십배 이상의 폭발적인 사용량 증가를 기록했다"며 "4월에 들어서면서 부터 증가폭이 완만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팀즈 사용자가 3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12일 밝혔다. 팀즈를 활용한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3월에 1000% 이상 증가했다. 3월 31일 하루에만 팀즈 비디오 콘퍼런스 사용 시간은 최대치인 27억분으로, 3월 16일 9억분에 비하면 보름 만에 3배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처럼 화상회의가 활발해진 이유 중 하나로 대면 업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는 화상회의의 장점을 꼽았다.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아이 콘택트가 도파민 코티졸 등 호르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 안정감을 주는데 재택근무 간 화상회의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업체 무상제공 = 코로나19로 화상회의가 주목을 받자 국내외 주요 화상회의서비스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무료사용을 확대하는 등 이용자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늘어난 사용자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를 큰 폭으로 증설하고 있다.
웍스모바일은 최대 200명까지 화상회의에 동시 참여할 수 있는 라이트(Lite) 상품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모바일 포함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라인웍스 계정을 신청할 수 있으며, 도입 후 바로 화상 회의를 시간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코로나19로 라인웍스가 원격교육, 원격근무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난달 웍스모바일에 420억원을 출자했다.
알서포트는 초·중·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화상회의 리모트미팅을 기한없이 완전 무료화했다. 다만 현재 무료 사용 중인 학원, 대학교 등의 사교육 기관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4월 30일 무료제공이 종료될 예정이다.
알서포트에 따르면 1월 28일 재택근무 무료제공 캠페인 진행 후 누적 신청 3500개를 넘었다. 이 가운데 학교를 포함한 교육분야 신청자가 약 20% 수준이다. 알서포트는 이를 소화하기 위해 2달 사이에 서버를 50배 증설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교육기관과 중소기업에게 팀즈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와 임직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도 팀즈 1년 사용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보안 논란에 시장 요동 = 코로나19 이후 국내외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 서비스하는 줌이다.
줌은 영상을 통한 쌍방향커뮤니케이션 외에 자료·화면공유 등 경쟁 제품보다 편리한 기능을 앞세워 전세계에서 급속도로 사용자를 넓혀갔다. 특히 무료버전도 최대 100명까지 한꺼번에 참여해 40분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 인기를 끈 배경이다. 코로나19 사태 후에는 사용시간도 무제한으로 풀었다. 정식제품은 최대 1000명의 비디오 참가자와 49개의 비디오를 지원한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자택 대피령이 시작된 3월 셋째주 줌의 미국 내 앱 내려받기 수는 전주와 비교해 252% 폭증한 420만건을 기록했다. 그 다음주에는 700만건으로 늘었다. 또 유럽에서도 3월 말 650만건의 앱 내려받기 수를 달성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취약한 보안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사용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31일 외신들은 일부 줌 사용자가 회의 도중 화면에 포르노 영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며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독일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 사용이 금지됐다.
업계에선 줌이 프로그램을 운영체계에 설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본다.
웹브라우저 위에서 운영되는 경쟁 제품들과 달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형태여서 운영체계(OS)에 대한 접근 권한이 강하기 때문에 보안 취약점도 더 많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에서 서비스되는 웹기반 화상회의서비스는 웹브라우저 플랫폼에 올라간 형태이기 때문에 PC자원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줌이 흔들리면서 국산 화상회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리모트미팅과 라인웍스 등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개학을 맞아 가상교실 '서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상교실 서비스는 SK텔레콤의 △그룹 영상통화 '서로' 서비스 △원격 수업용 단말기 △키즈 안심 앱 '젬'(ZEM) 등으로 구성돼 학생들이 원격으로 쉽게 수업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