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 동물, 그리고 원헬스(One Health)
지난해 말 원인 미상의 폐렴 환자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후 3개월여 만에 코로나19는 6개 대륙 전체로 번졌다. 이미 세계적으로 확진자 190만명 이상, 사망자 11만명 이상을 기록(치명률 6.2%)하며 현재진행 중이다. 매년 맹위를 떨친 인플루엔자의 치명률이 0.1%(백신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정도이니 감히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월 14일 현재 1만564명 확진에 222명이 사망(치명률 2.0%)해 다른 나라와는 많은 격차를 보인다.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박쥐 유래의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자연계에 머물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감염병 75%가 동물유래 질병
인구증가와 산업화의 진행은 경작지 개간 등 대규모 토지개발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야생생물의 서식지 파괴, 분절화는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기회를 늘렸다. 지금까지 접해본 적이 없거나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병원체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곁으로 성큼 다가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기후변화(지구 온난화)는 질병을 매개하는 생물종의 생태변화와 개체수 증가를 동반한다. 가속화된 세계화는 신종 전염병의 발생과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감염성 질병 발생 분석자료에 따르면 매년 다섯가지 정도의 인체 감염병이 새롭게 나타난다고 한다. 전체 인체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이고,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중 적어도 75% 이상이 동물유래 질병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역사적으로도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어 대유행으로 번진 감염병의 사례가 여럿 있다. 쥐가 들끓던 중세시대 흑사병(Pest)이 그랬고, 20세기 최대 피해로 기록되고 있는 1918년 스페인독감 또한 조류 유래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에 의한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도 2009년 인플루엔자(pH1N1, 원인 바이러스는 조류-돼지-사람 유래 유전자를 갖는 재조합 바이러스), 2014년~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과일박쥐 유래), 2015년 지카바이러스(원숭이 유래, 모기 전파)가 그랬다.
사람-동물-환경 아우르는 원헬스 접근 강조
이러한 이유로 사람-동물-환경을 아우르는 ‘원헬스(One Health)’ 차원의 접근 필요성이 강조되고, 각 분야에서 가시적인 활동도 진행중이다. 국제적으로는 WHO,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적 식량안보와 인수공통전염병, 공중보건 위해 해소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가 공동으로 ‘인수공통전염병 대책위원회’를 운영하며 관련 정보 공유와 공동대응을 위한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광견병, 브루셀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인수공통전염병 관리와 범부처 연구개발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불안감은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의료시스템의 편재를 통해 증폭된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 검사와 투명한 정보전달을 통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노력해왔다. 연구자들은 질병의 실체 파악과 과학적 해결책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다 의료인프라 관련 연구자 기업 의료계의 준비된 기술력과 자발적 의료지원, 국민들의 성숙한 공동체의식이 더해져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거듭났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국가적 차원의 감염병 관리 방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