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해진 거대양당 '연동제 무력화' 공조
비례정당 만들어 의석 확대
중재역할 '제 3정당' 사라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어 무력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무력화하는 데도 적극 나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거대양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의석수를 가져갔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입 문턱은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거대양당 지지층이 정당 투표에서 소수정당을 찍는 '전략투표'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16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역구 253석 중 거대 양당이 아니면서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며 확보한 의석은 단 1석에 그쳤다. 정당투표에서도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이 전체 47석 중 36석을 가져갔다. 정의당, 열린민주당, 국민의당이 확보한 의석은 11석 뿐이었다. 거대양당이 전체의석 300석 중 289석을 가져간 셈이다.
진보진영이 '1+4 연합체'를 구성해 지난해말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으로 통과시킨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무색해진 결과다.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도록 한다'는 취지의 법개정이 거대양당에 의해 무의미해졌다.
미래통합당이 먼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무력화'에 불을 지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창당을 주도하며 동조했다.
정의당은 지역구 1석에 비례의석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사실상 진보정당 위기론에 빠져 들었다. 두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과 국민의당은 3석씩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친문성향의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외면으로 향후 거취가 불확실해졌다.
안철수 대표가 '나홀로 선거운동'을 펼친 국민의당은 거대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소수정당으로 전락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이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데에 명분을 제공한 소수정당인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각각 1석씩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연합정당으로 원내진출하는 게 유럽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민주당은 3년이상 활동한 녹색당, 미래당을 외면한 채 통제하기 쉬운 신생세력들과 손을 잡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이 압승함에 따라 소수정당과의 연합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21대 국회에서 소수정당이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들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21대 총선은 코로나 블랙홀로 치러졌고 거대양당 구도가 극단적으로 이뤄졌다"며 "양당 지지층의 결집이 강력해져 소수정당이 가져갈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거대정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사라졌고 원내소수정당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제3정당이 사라진 거대양당구도로의 회귀는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세력이 사라져 국회 내의 첨예한 대립이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