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안 보이는 '박근혜 존재감'
'강경친박' 정당·인사 전멸
탄핵정국 이후 보수진영은 선거 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른바 '태극기(극렬친박)' 세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박 전 대통령 자신과 그를 앞세운 정치세력들의 쇠락은 불가피해졌다. 존재감이 바닥을 드러낸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내용의 옥중서신을 내보냈다. '내키진 않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미래통합당에게 표를 모아달라는 뜻이었다. 수감 후 처음으로 나온 정치 메시지에 보수진영은 들썩였다. 통합당에서도 "천금같은 말씀(황교안 대표)"이라고 환영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총선 결과 통합당은 20대 총선 당시보다도 참담한 지역구 84석에 그쳤다. 이른바 '샤이보수'는 없었다. 지지층 결집은 있었지만 영남에 갇혔다.
우리공화당·친박신당·기독자유통일당 등 탄핵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을 기치로 내걸었던 정당들은 흔적도 없다.
유일한 우리공화당 현역의원인 조원진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감별사'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병에서 김대진 민주당 후보보다도 못한 지지율(15%)을 기록, 결국 낙마했다. 우리공화당은 57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는 0명이었다.
'친박실세' 홍문종 의원을 앞세웠던 친박신당 역시 소속 지역구 후보들의 지지율이 유의미한 수준을 한참 밑돌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한기총 목사가 창당한 기독자유통일당도 다를 바 없는 처지다.
통합당 안팎의 친박 현역인사들도 영남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정치생명 연장에 실패하는 모습이다.
김진태(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의원은 43.9%를 득표, 허영 민주당 후보(51.3%)와 9000표 이상의 표차로 낙마했다.
이장우(대전 동구)·민경욱(인천 연수구을) 의원도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패배했다.
앞서 친박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 김재원 의원은 공천칼날을 피하기 위해 본래 지역구였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군을 포기하고 서울 중랑구을에서 경선을 치렀으나 탈락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던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통합당의 비례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배제됐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면서 옥중서신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