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식 '영호남 싹쓸이' 재연됐다

2020-04-16 11:19:30 게재

여 호남, 야 TK 거의 독식

세대와 이념 대립도 '극심'

역대 가장 심한 '편가르기'

4.15 총선은 우려했던대로 극심한 '편가르기'로 귀결됐다. 지역과 세대, 이념간 대립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다. 특히 20세기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꼽혔던 '영호남 싹쓸이'가 고스란히 재연됐다. 총선 뒤 국민통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두관 당선 |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당선인이 16일 오전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민주당은 호남을 석권했다. 4년전 20대 총선에서는 제3당인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선전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28석 가운데 27석을 독식했다. 전북에서 무소속 이용호(남원임실순창) 의원이 유일하게 생존했다. 통합당은 TK(대구경북)를 석권했다. 4년전 총선에서 민주당(1석)과 무소속(3석)이 통합당 싹쓸이를 막았지만 이번에는 통합당이 25석 가운데 24석을 차지했다.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전 대표가 그나마 한 석을 챙겼다. 특정정당이 호남과 TK를 각각 싹쓸이하는 건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꼽혀왔다. 수차례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영호남 싹쓸이 현상도 완화되는가 싶더니 이번에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세대와 이념 대립도 극심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태와 촛불항쟁을 겪은 30·40대는 강한 친여 성향을 보였다. 종편과 보수유튜브로 단련된 60세 이상은 강한 야권 성향을 보였다. 4.15 총선에서는 30·40대가 과거보다 투표에 더 적극 참여하면서 민주당 대승의 주역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결 양상은 이념층에서 가장 치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 집회를 이끌었던 진보층은 여당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에서 조국 퇴진을 외쳤던 보수층은 통합당을 적극 지지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4.15 총선이 극심한 편가르기 선거가 된 것은 문재인정부 3년 동안 여야가 지지층만을 바라본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촛불이 부여한 개혁 임무"라며 보수세력을 겨냥한 적폐청산을 이끌었고, 통합당은 "노골적인 편가르기 정치"라며 투쟁으로 맞섰다. 조국 사태 당시에는 여야 지지층이 서초동과 광화문에 수백만명씩 운집해 위력을 과시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사회적 내전'으로 불렸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분열을 하루 빨리 치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권 임기 후반기의 최대과제는 '분열 치유'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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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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