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맑음' 이재명 '평상' 김경수 '흐림'
'잠룡 3인방' 총선 성적 … '박원순 인맥' 여의도 약진·'이재명 재난소득' 기여· 김경수 'PK 대표성' 흔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은 코로나19사태와 맞물려 치뤄진 총선정국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광역단체장들은 코로나 정국을 사실상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신천지교단에 대한 강력대응,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특히 총선 막바지 '재난소득지급'을 전격 제안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실제 현실화시켜냈다. 이들 모두 여권의 승리에 힘입어 운신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각자 받아든 총선 성적표는 향후 대선행보 등을 고려할 때 희비가 엇갈리는 지점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낙연 대세론'이 더욱 공고화되면서 여론 지지율과 당내 기반 확보 등 단체장이 지닌 '핸디캡'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친박원순계 후보들의 여의도 입성이 눈에 띈다. 약점으로 꼽히던 원내 기반이 구축되면서 박원순 시장 향후 행보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현역 기동민(서울 성북을)·남인순(서울 송파병)·박홍근(서울 중랑을) 의원이 모두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했다. 박 시장과 함께 서울시에서 호흡을 맞췄던 부시장들이 대거 당선됐다. 윤준병 후보는 정읍·고창, 진성준 후보는 서울 강서을, 김원이 후보는 전남 목포에서 각각 당선됐다.
박 시장을 곁에서 도왔던 서울시 출신들도 선전했다. 정무수석을 지낸 최종윤 후보는 경기 하남, 비서실장 출신 천준호 후보는 서울 강북을, 정무보좌관을 지낸 박상혁 후보는 경기 김포을에서 여의도행에 성공했다.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모두 지낸 허 영 후보는 강원 춘천철원양구화천갑에서 접전 끝에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재도전에 성공했다.
서울시에서 직책을 맡진 않았지만 박 시장 캠프 총무본부장 출신 민병덕 후보는 경기안양동안갑에서 승리했다. 고배를 마신 이도 있다. 용산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강태웅 전 서울시부시장은 권영세 통합당 후보와 접전 끝에 석패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평련계 이인영 (구로갑), 우원식(노원을) 의원 등이 4선에 성공, 당내 중진 대열에 합류했다.
'이재명계'로 볼 수 있는 당선인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처장을 지낸 이규민(안성) 후보가 유일하지만 정성호(양주) 김영진(수원병) 김병욱(분당을) 등 '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재선·3선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도한 '재난기본소득'을 환영하며 적극 홍보했다. 경기도에 이어 31개 시·군 가운데 30개 기초지자체도 모든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했다.
보수텃밭인 안성에서 승리한 이규민 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안성시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결정을 환영한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여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안성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시장 재선거에서도 김보라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이 지사 측근인 김 용 전 경기도대변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등이 경선에서 낙마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지난 총선보다 후퇴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해 두 곳과 양산을 어렵사리 지켜 그나마 체면유지를 했지만 부울경 광역단체장 경쟁자였던 미래통합당 서병수·김기현·김태호 등이 부활하면서 낙동강 전선 사수에 실패한 '친문 PK'의 정치적 부담을 같이 지게됐다.
창원성산을에서 단일화 실패에 따른 범진보진영의 패배는 '김경수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단일화는 없다"며 중앙당 입장을 관철시켰을 때 지역의 빗발치는 단일화 요구를 애써 무시했다. 김두관 의원이 양산에서 '자력갱생'하면서 'PK 대표주자'로서의 상징성도 약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