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④ 온라인에서 '함께 읽기'
'느슨한 연결' 원하는 새로운 독자들
시간 장소 관계없어 편리
SNS로 독려하며 완독한다
코로나19가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받던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근무하던 모습은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일상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내일신문은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형태의 책을 읽는지, 앞으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기다리던 독서클럽 활동이 미뤄져서 아쉬웠는데 온라인으로나마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얼굴을 보는 것보다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서님께서 열심히 진행해주셔서 걱정보다 훨씬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집에 혼자 있느라 심심하기도 했는데 간만에 여러 사람들과 코로나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독서동아리 '타인들 속에서'에 참여 중인 안 모씨, 지난 3월 '은평뉴타운도서관 참여게시판' 중)
최근 온라인을 통한 독서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크고 작은 독서동아리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비대면으로 모임을 갖는 것.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기 쉬운 시기에 온라인으로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사유를 확장하고 있다.
◆화상 만남, 작가 참여 = 은평뉴타운도서관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임시휴관을 하는 상황에서 SF 작품들을 함께 읽는 독서동아리 '타인들 속에서'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구글 '행아웃'을 활용하다가 줌(zoom)을 이용하고 있다. 홍소람 은평뉴타운도서관 사서는 "지난해까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올해 초 새로운 회원을 모집한 이후 만나지 못하다가 온라인으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면서 "출장 등으로 함께 하지 못했던 회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새별씨는 "온라인이라 접근성이 좋고 오프라인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집중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다만 책 얘기 외에 나눴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독서모임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채움도서관은 코로나19 이후 SNS 오픈채팅을 통해 읽은 책의 페이지나 문장을 올리는 독서동아리 '1일 1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화정도서관은 3~4월에 6개의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했으며 작가들이 참여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원하나 작가(하나의책 대표), '과학의 품격'의 강양구 작가, 엄혜숙 그림책 작가, '내일 쓰는 일기'의 허은실 시인 등이 함께 했다. SNS를 통해 지정도서를 1주에 1권씩 읽고 좋은 부분에 대해 각자 생각을 올리며 작가들이 참가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효율적 모임 찾아" = 책읽기, 독서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숭례문학당은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이전에도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통상 동시에 100여개의 모임이 진행되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온라인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소통하며 학습할 수 있다. 예컨대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정의란 무엇인가'과 같이 혼자 읽기는 버겁지만 읽으면 좋은 양서들을 SNS를 통해 매일 분량을 정해 함께 읽고 단상을 공유한다. 신기수 숭례문학당 대표는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도 온라인 모임을 운영해 왔다"면서 "지역에 살거나 인근에 살더라도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 온라인 모임을 선호하며 주1회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학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숭례문학당 독서모임 운영자 장정윤씨는 "혼자 읽으면 끝까지 읽는 것을 포기하기 쉬운데 같이 읽으면 그렇지 않다"면서 "매일 읽은 부분에서 마음에 드는 1문장을 고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율리씨는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모임 여러 개에 참가하게 됐다"면서 "다른 회원들도 온라인 모임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게 느껴지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 모임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시스템 갖춰야" =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함께 읽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원 작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정보는 궁금하지만 대면하기는 부담스러운, 느슨한 연결을 원하는 독자들이 주로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이들은 기존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던 새로운 독자층"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독서모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은 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빨리 당겨졌다"면서 "북토크나 저자와의 만남을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온라인 토론이나 학습을 위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한다"면서 "개인이 네트워크를 통해 쌓은 지식을 온라인을 통해 토론하며 발전시키는 집단지성의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