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 1

작년 건설업 사망만인율 1.65에서 1.72로 증가

2020-07-06 12:02:51 게재

3월말 기준, 사망만인율·재해율 모두 증가

문재인정부 산재사망 감소정책 '효과없어'

끝장기획을 시작하며 문재인정부는 산재사망자 절반감소를 목표로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산재사망자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산재발생현황을 보면, 전년동기 대비해 사고사망자수, 사망만인율, 재해율, 재해자수 모두 증가했다. 지난 4월엔 이천 냉동창고 산재사고로 38명이 사망해 기존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과거보다 훨씬 많은 행정자원을 투입하면서도 왜 산재사망사고가 줄지 않는지 기획취재해 '무기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 1월초 고용노동부는 2019년 산재사고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999년 사고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고도 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수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57명이나 감소했고, 이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행정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가 발표돼 '사고사망율'이 발표되자 노동부 발표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총력대응에도 산재 늘어, 문제 '심각' = 고용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9년 산재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57명 줄어든 것은 맞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2018년 294만명에서 2019년 249만명으로 45만명 대폭 감소함에 따라 사고사망만인율은 1.65에서 1.72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산재예방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2019년 건설경기가 나빠 건설업 노동자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2018년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만 유지됐어도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410명 수준이었어야 하는데, 이보다 많은 428명이 건설업에서 사망한 셈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18년 수준의 사고사망만인율만 유지됐어도 죽지 않았을 노동자 18명이 오히려 더 죽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사망사고 감소대책 주요 대상이 건설업이었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을 바꾸고,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늘어난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23일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 국무총리실 필두로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11개 부처가 참여해 범부처 행정력이 결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반이 지난 현재 산재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사진 대한산업안전협회 공식 블로그


◆건설업, 임업, 광업 사망률 증가 = 건설업뿐만 아니라, 사고사망률이 높은 임업과 광업에서도 사망률이 증가했다. 임업의 경우 2018년 사망만인율은 1.11이었으나 2019년 1.75로 늘었다. 광업도 2018년 11.11에서 2019년 15.30으로 늘었다.

원래 사망만인율이 낮은 편이던 금융·보험업 등 기타 산업에서 사망만인율이 감소한 덕에 2019년 사망만인율은 2018년보다 0.05 줄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직후인 2018년 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만인율 절반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2018년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추진해, 그해 말 국회를 통과했고 올 1월 16일 시행됐다.

특히 산재사망사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 기계·장비 등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관리계획의 전문기관 검토 의무화, 100대 건설사까지 사망사고 감축 목표관리제 시행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현장감독 강화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진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300여명에서 700여명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 증가는 이 모든 대책이 산재 감소에 별 효과가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산안법'과 '고용부 감독'이 문제 = 지난해뿐만 아니라 올 1분기도 사망만인율이 증가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지난 3월말 기준 산재발생현황에 따르면, 사망만인율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01 증가했다. 재해율도 0.01%p 증가했고, 사망자수는 전년동기 대비 3.7%p(20명) 재해자수는 5.8%p(1419명)늘었다.

산재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고용부의 산업안전감독이 별 효과가 없고, 전부개정된 산안법이 산재예방 효과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 산업재해발생 현황'이 발표되자 민주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성명을 발표해 "현장안전점검반을 운영하는 것이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개정된 산안법이 내용도 부실하고 실효성과 규범력을 크게 떨어뜨려 현장에서는 산안법이 기업에 행동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방치한 채 단기성과 위주의 접근에 의존해서는 고비용 저효과 행정을 고착시킬 수 있다. 고용부가 잘못된 행정시스템과 관행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졸속대책에 급급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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