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농업기반시설 효율성 높여 농가소득 안정화에 기여"

2020-07-09 10:51:32 게재

수출 확대로 국내 농산물 수급·가격 안정

"간척·치수기술 수출, 흑자기관 만들 것"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곳이다. 농지를 조성하고 필수요소인 물을 댄다. 농업환경을 개선해 농가소득을 높여주는 조력자다.

하지만 농촌은 불안정한 농가소득으로 떠나는 곳이 됐다. 112년 동안 농지관리와 치수기술을 쌓아 온 농어촌공사로서는 위기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우선 농가소득 안정화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스마트팜밸리 사업도 국내경쟁시스템이 아닌 해외수출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취임 후 1년 4개월 동안 농어촌공사의 주요 사업도 농가소득에 방점을 찍어 재편했다.

한국 농민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꼽히는 김 사장은 농업현장에서 농가의 경제적 실상을 함께 체감해왔다. 농민단체 살림을 맡아 정부의 터무니없는 농정에 저항했고,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을 하며 농정의 새 틀을 짰다. 이후 농촌진흥청장을 거쳐 현재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까지 왔다.

8일 오전 내일신문 본사에서 김 사장이 구상하는 농가소득 안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 농촌 문제는 노령화나 과잉생산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중 핵심을 농가소득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오랜시간 농업정책을 고민했다. 농촌 현장에 있을 때도 그랬고, 청와대에서 농정을 기획할 때도 우리 농가는 왜 안정적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지 생각했다. 정부는 농촌에 다양한 지원을 한다. 하지만 안정적 농가소득이라는 원칙을 견지하지 못해 단편적 사업에 그칠 때도 많았다. 정부와 농업기관, 지방자치단체가 농가소득에 초점을 맞춘 농정을 편다면 양파나 마늘 등 수급대란으로 불안해하는 농가는 줄어들고 농촌이 안정화할 것이다.

■ 농어촌공사는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곳이다. 농가소득에 직접 도움을 주는 사업이 있나

논에는 논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비닐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밭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농민들은 소득이 높은 작물을 원한다. 그러다 보니 수급불안정으로 시장이 왜곡된다.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논을 밭으로 바꾸고, 향후 식량자급 문제가 생기면 다시 논으로 전환하는 농지범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급을 예측할 수 있다. 횡성 음성 김제 함안 등 4곳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논에 물을 뺀 후 흙을 넣고 밭작물용 용수를 공급한 후 인삼이나 고추, 수박, 들깨 등을 재배해 농가의 안정적 소득을 떠받치는 사업이다.

■ 스마트팜이 향후 농가소득의 버팀목이 될 지 주목받고 있다. 농가소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농업에서 뉴딜사업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혁신밸리가 추진중인데 이것을 통해 우리 농업의 수준이 향상돼야 한다. 스마트팜이 중심이 돼서 인근의 농촌을 견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게 되면 안정적 농가소득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농업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팜에서 나온 농산물의 판로가 국한적이어서 우리끼리 경쟁해야 한다. 관련기관은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의 수출길을 열어줘야 한다.

■ 해외 수출로 전체 농가소득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나

우리 농업은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다. 농산물이 수입되는 만큼 우리 농산물은 남는다. 생산과잉이다 보니 가격이 폭락한다. 그렇다고 수입되는 만큼 우리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남는 농산물은 해외로 수출해야 우리 농업이 살아 남는다. 수급조절이 안 돼 매년 진통을 겪고 우리 농가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산물 수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농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 우리 농산물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수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비교하면 같은 품목이라도 수출가격이 60%수준이다. 품종개발을 통해 분명 농산물의 질은 우리가 더 높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우리 농산물 가격은 일본을 따라잡지 못한다. 특히 수출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지원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별로 생산되는 농산물의 특징이 있고 광역자치단체별로 재정 여력이 있다. 도별로 농업기술연구소도 갖추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농산물 수출을 주도할 경우 향후 WTO 규정을 위반할 수도 있다.

■ 농어촌공사 기술도 수출하고 있는데. 어떤 기술인가

농어촌공사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졌다. 새만금방조 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외국에서는 이것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방조제를 세워 바다를 갈랐다. 바다 깊이 30m에 파고 3~4m 환경에서 이뤄낸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매년 10㎝씩 꺼지고 있다. 물이 부족해 관정을 마구 파다보니 생긴 결과다. 그래서 수도를 이전한다고 한다. 쉬운 문제가 아닌데, 우선 방파제로 해수 유입을 막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34㎞를 메워야 한다. 1차로 20㎞를 방조하는데 세계적으로도 위험한 시공으로 지목된 공사다. 바다깊이 20m에 파고 1~2m다. 새만금에 비하면 쉬운 공사다. 이런 기술을 해외에 수출해 얻은 이익으로 농가에 지원하면 된다.

여전히 쌀농사는 토양과 물이 필요하다. 농지에서 쌀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쌀 재배기술이 세계 최고다. 이는 소프트웨어이고, 농어촌공사는 농지를 공급해 하드웨어를 만든다. 그런 기술을 100년전부터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협업해서 아랍에미리트에 우리 농업기술을 수출했다.

■ 취임 후 1년 4개월간 역점을 뒀던 사업은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에 방점을 뒀다. 취임후 100일간 TF팀을 구성했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생산기반조성 및 관리, 농지은행, 지역개발이라는 3가지 범주의 사업을 한다. 지금은 경지정리를 새롭게 할 필요가 없어 물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물관리는 1908년 옥구 수리조합에서부터 시작됐다. 112년간 물관리 경험이 그대로 축적돼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관리 매뉴얼이 없어 현재 만들고 있다. 농지은행은 농지를 바탕으로 농민들의 소득과 복지를 안정화하는 사업이다.

농촌정책으로는 지역개발사업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업이다. 농촌개발을 위한 지역개발센터를 설립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 세가지 사업을 개혁하는 작업을 했다.

■ 농어민 노후생활이 위태롭다. 농지은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농지은행이 어느 정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농지의 45%를 비농민이 소유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농민에게 돌려줘야 농지은행의 영역이 커질 것이다.

■ 저수지 태양광사업이 인근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고 있나

태양광사업은 철저히 지역공동사업으로 진행한다. 마을주민과 협의해 진행한 후 이익의 5%를 공유하고 있다. 2022년까지 300M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 소득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농업도 변화의 길목에 섰다. 한국판 뉴딜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미래 농업은 물관리의 과학화와 안전성, 효율성에 달려있다. 고부가가치 농업을 구현하고 미래형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저수지 수문 등 농업기반시설을 자동제어하고 모니터링해서 안전하고 편리한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스마트팜밸리 사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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