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종사자 안전조치 대상 편입 부작용 우려

2020-07-27 11:32:13 게재

실질관계 안따지고 형식으로 판단하면 '보호 후퇴'

형식적 판단 가능성 높아 … "신중하지 못한 법개정"

2018년말 국회를 통과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종사자)를 산업재해 보호대상에 포함시켰다. 산안법 제77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산안법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던 특고종사자를 보호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 계약관계로 보면 노동자인데 형식적 계약관계만 보고 특고종사자로 판단하면 훨씬 적은 보호를 받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안법 제77조는 특고종사자에게 안전보건교육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제672조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특고종사자는 산안법과 안전보건규칙의 대부분 조항이 적용되는 노동자에 비해 보호의 정도가 훨씬 낮다.

해당 조항이 포함되기 전에는 특고종사자라도 실질적 노동관계를 따져 노동자 해당성을 판단해왔다. 형식은 특고종사자이지만 실질적 노동관계가 노동자인 경우, 종전에는 산안법 적용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사람은 실질적 노동관계로 보면 원청업체로부터 직접적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노동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로 판단되면 당연히 산안법에 따른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포함된 후에는 실질적인 관계를 따지는 대신, 형식적 관계만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안전부서에서 일선기관에 실질적인 노무제공양태를 기초로 지도감독하라고 문서를 시달한 적도 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고용부의 산업안전감독 시 노무제공의 실질을 조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계약의 겉모습만 보고 안전보건조치의 적합성을 판단하게 되면, 외양은 특고종사자이지만 실질은 노동자인 경우 특고종사자를 법적으로 안전보건조치 대상으로 편입한 것이 도리어 보호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도감독할 때 계약의 실질을 따져 보지 않는다면 특고종사자에 대한 보호는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청업체에 의한 노동력의 위장(편법) 활용을 조장하게 될 수도 있다.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은 형사처벌인 경우가 많은데, 특고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에 불과하다.

특고종사자의 적용대상을 산재보험법상의 9개 직종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다. 100개 이상의 특고종사자 직종 중 극히 일부만 보호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그리고 '보상'과 '예방(안전보건)'은 엄연히 다른데도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을 그대로 가져온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산안법 적용대상은 유해위험 정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정하는 것이 타당한데, 전부개정 산안법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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