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안전감시단 불법파견 ‘만연’ … 고용부는 ‘방치’
“매일 원청 지시받아 일한다”
시공부서에서 직접해야 효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업무는 근로자 파견사업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안전감시단이란 이름의 불법파견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감시단은 도급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강원도 한 토목현장 원청 소속 안전팀장 ㄱ씨는 22일 “안전감시단은 업무나 장소, 방법에 대해 매일 안전부서(원청)의 지시를 받아 일한다”며 “원청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감시만을 할 뿐이지 재량을 가지고 업무를 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감시단이 건설업에 많은 이유는 원청이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것보다 외부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손쉽게 값싼 인력을 구하고 책임도 회피할 수 있어서다. 건설공사는 발주자에 의해 안전보건관리비가 의무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는 안전보건관리비로 안전감시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안전관리는 원청이든 하청이든 시공부서에서 직접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시공 쪽에 맡기는 정석을 택하지 않고 안전감시단이라는 편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문제는 안전감시단 대부분이 전문성이 없고, 원청 소속이 아니다 보니 하청노동자들에 영향력도 적어 안전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안전감시단’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실상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2일 ‘모 대기업 안전감시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정확히 안전감시단이 뭔지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건축기사라고 밝힌 답변자는 ‘단순작업이지만 안전관리라는 학문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책 사서 공부할 필요는 없다. 현장 안전관리자(원청 직원)의 지시에 따라서 그날 일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고용부 산업안전과 한 관계자는 “실태를 파악해 지방관서에서 감독하고 있다”라면서도 본부에서 지방관서에 개선지도를 하도록 했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못했다.
정진우 교수는 “정부에서 안전감시단을 직영으로 채용하라고 지도하거나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 많은 건설현장은 안전관리자를 증원하거나 안전감시단을 직영으로 채용할 것”이라며 “고용부는 이런 실상도 모르고 개선의지도 없다 보니, 아무런 지도나 방침이 없어 불법파견이 만연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